2일 대구시종합복지관서 제20회 장애인 합동 결혼식 열려||최종휘·허외선 부부, 47년 만

▲ 2일 대구시종합복지회관에서 열린 ‘제20회 대구시장애인합동결혼식’에서 최종휘·허외선 부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 2일 대구시종합복지회관에서 열린 ‘제20회 대구시장애인합동결혼식’에서 최종휘·허외선 부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결혼식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가슴이 너무 떨립니다.”

2일 대구시종합복지회관에서 만난 신부 허외선(71)씨는 남편과 함께한지 47년 만에 처음으로 올리는 특별한 결혼식에서 새색시처럼 설렜다.

이날 새신랑, 새신부가 된 최종휘(72)씨와 허외선씨는 70대 노부부다.

이들 부부는 50여 년 전 우연한 소개로 만나 인연이 시작돼 사랑을 키워 나갔다. 하지만 변변찮은 살림 탓에 결혼식은 생각지도 못했다. 1975년 이들에게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정식 부부가 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으며 아이들과 함께 단칸방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시련이 닥쳤다. 15년 전 최씨는 열심히 생업을 이어가던 중 다리에서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밤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 제대로 된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1970년 월남전 참전용사인 최씨에게 고엽제 후유증이 찾아온 것이다. 결국 다리의 신경이 마비됐고 2006년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죽을 때까지 결혼식은 올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이들 부부에게 희망이 찾아왔다.

대구시장애인재활협회에서 지원하는 ‘제20회 장애인합동결혼식’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최씨 부부는 47년 만에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족들과 지인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치르게 됐다.

최씨와 같은 장애인부부 5쌍은 이날 정식 결혼식을 올리고 경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최씨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며 주름 깊은 미소를 지었다.

허씨 역시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다.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합동결혼식의 경비와 하객 답례품은 대구시종합복지회관을 비롯한 지역 기관·단체 후원으로 이뤄졌다.

대구시장애인재활협회는 지금까지 20회에 걸쳐 장애인합동결혼식을 치렀으며 150여 쌍이 이곳에서 새출발을 했다.



신정현 기자 jhshi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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