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섭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지난주 사과 수확 일손 돕기를 다녀왔다.

바람 좋은 10월의 파란 하늘과 진초록색 사과 나뭇잎에 빨간 사과는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쁜 모습이다. 사과를 따면서 흠집 있는 놈을 옷 소매에 쓱쓱 닦아서 한입 베어 먹으니 단맛 뿐만 아니라 입안 가득한 과즙에 가을이 주는 풍요로움을 느껴본다.

어릴 적 사과는 참 귀한 과일이었다. 국광, 홍옥, 인도같은 품종이 대부분이었고 당도는 요즘보다 훨씬 낮았고 식감도 그리 좋지 못했었다. 그 조차도 귀해서 어머니께서 사과를 사오신 날 사과를 깎으면 우리 형제는 길게 깎여진 사과 껍질을 서로 먹으려고 눈치 싸움을 한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 당시 사과밭은 대부분 평지였고, 울타리는 가시덤불이나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어서 사과서리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사과 재배 지역은 평지 산지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산지가 더 많을게다. 옛날에는 귀엽게 봐줄 과일서리지만 요즘은 범죄 취급 받아서 인지 함부로 남의 과수원 탐을 내는 사람은 없을 게다. 그래서 그런지 근래 들어 사과 과수원 울타리를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사과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 기록은 고려 의종때 계림유사에서 임금(林檎)으로 기술한데서 찾아 볼 수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열매가 작은 임금이 자생했다고 한다. 왕을 뜻하는 임금과 발음이 같아 능금으로 변했다는 설이 능금의 기원이며, 홍만선이 저술한 ‘산림경제’에서 재배 기술이 서술 된 것으로 보아 18세기 초에 재배가 성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인 상업적인 재배는 1901년 원산 근교의 윤병수씨가 미국 선교사를 통해 다량의 사과 묘목을 들여와 사과 과수원을 조성한 것이 경제적인 재배의 시작이라고 한다.

대구지역은 예부터 사과의 도시였다. 금호강변이 사과 재배 단지였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대구에서 사과가 가장 많이 생산된 이유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사과농장 붐을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금호강 주변의 사질 토질이 사과 농사에 최적지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렇듯 사과하면 경북은 전국 재배 면적과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사과 주 생산 지역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과 재배 지역이 서서히 북상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은 철원오대산쌀에 이어 사과가 지역의 명품 농산물로 급부상하고 있고,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해발 500m 고랭지에서 무, 배추를 재배하던 농가들이 사과 재배를 하면서 재배 면적이 10년 전에 비해 5배 가량 늘었다. 농촌진흥청은 2030년대에는 경북 북부, 충북, 강원지역 정도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며 주 생산지는 강원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껍질을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작고, 먹기 편하고, 한 자리에서 다 먹을 수 있는 과일들이 요즘 소비 트렌드라고 하지만 그래도 사과가 가장 대중적이고 건강에 가장 좋은 ‘과일 중의 왕’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서양 속담에 ‘사과를 하루에 한 개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라는 말이 있다.

10월부터 12월까지 제철을 맞는 사과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과일이면서 건강 과일이다. 사과는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 칼륨, 칼슘 등 무기질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칼륨은 소금의 주 성분인 나트륨을 체외로 빨리 내보내는 역할을 하므로 짠 음식으로 올 수 있는 병, 즉 고혈압 등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크다. 사과를 많이 먹는 사람은 고혈압 증세가 거의 없다고 한다. 사과의 효능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그래서 사과를 하루 한 개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서양 속담이 있는가 보다.

올해는 ‘황금사과’라 불리 우는 ‘시나위골드’를 처음으로 맛 봤다. 신품종이라서 그런지 ‘황금 맛’(?) 이다. 외손녀한테도 맛을 보여줬더니 맛있다고 눈웃음을 치면서 “할비 이거 맛있어”를 연발한다.

유아시절부터 맛있는 제철 사과를 맛 봄으로써 평생 식습관으로 우리 사과의 맛이 최고임을 알아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왜냐하면 ‘사과는 자연이 내린 보약이니깐!’

손동섭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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