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은 전반과 후반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특히 TV토론이 그랬다. 초중반에는 토론방송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토론을 보기 싫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처구니 없는 실언, 막말 등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돼서는 안된다. 인신공격, 말꼬리 잡기, 감정 싸움이 너무 길게 이어졌다. 정책 대결은 곁다리가 됐다. 일부 후보는 상대를 경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상이 아니었다.

국민들의 비난이 고조되자 지난주 초 충청권 토론회부터는 정책 공방으로 선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부동산, 수소경제, 탄소세, 모병제, 대입제도, 복지, 4강 외교, 북핵, 언론자유 등 다양한 주제가 등장했다. 국민들의 몰입도도 높아졌다.

---국민의힘 경선, 국민들 마음 편치 않아

하지만 초중반 네거티브가 너무 강했다. 경선 과정에서 기억나는 것은 ‘조국일가 도륙’, ‘전두환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 ‘반려견 사과’, ‘손바닥 왕(王)자’, ‘지X 하던 놈’, ‘야비한 질문’, ‘파리 떼’, ‘술먹고 주사’, ‘초교생 달리기 선수’ 등 원색적 비난과 공방 뿐이다. 비호감은 역대급이다. 국민들 뇌리에 저급하다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국민의힘이 경선의 컨벤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먼저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반사이익은 미미하다. 4·15 재보선 압승, ‘젊은 피’ 이준석 당대표 선출,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싸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입당 등 호재가 이어지던 몇 개월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때는 대선승리를 통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생동하던 기운은 신기루처럼 아득해졌다. 기대가 흔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국민의힘은 경선과정에서 후보들이 갖고 있는 역량과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되레 짧은 밑천만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잇단 실정으로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조국 사태에서 실체를 드러낸 국민 편가르기, 집없는 사람들을 괴롭힌 부동산정책, 막무가내식 탈원전, 고통과 갈등만 키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대책, 개선되지 않는 비수도권의 위기, 끌려다니는 북한 비핵화 협상, 대일 관계 표류 등등. 국민들에게 고통과 상실감을 준 결정과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 국민들은 진저리를 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그런 민심을 담아낼 ‘그릇’을 내놓지 못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권교체론은 정권안정론보다 월등히 높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20%포인트까지 차이가 난다.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국민의힘이 압도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최근 정당 지지도 차이는 한자리 수에 그치거나 민주당에 추월당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 과정의 무차별 난타전이 지지층을 주저하게 하거나 등 돌리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대선 주자 간 지지도는 여론조사마다 엎치락뒤치락 혼전양상이다. 국민의힘이 확실하게 치고 나가지 못하는 것은 당과 후보들이 미덥지 못하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후보의 과거 행적도 선택의 주요 기준

경선 결과 발표는 5일이지만 투표는 오늘부터 시작된다. 1~2일에는 당원 모바일 투표, 3~4일에는 당원 ARS 투표(모바일 미참여자)와 국민 여론조사가 동시에 진행된다. 누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대선 승패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정말 중요하다.

대선은 만능의 일꾼이나 도덕군자를 찾는 것이 아니다. 몇 차례 TV토론을 통해 후보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자신만의 특별한 기준이 없다면 후보가 제시하는 미래비전과 함께 그 사람의 과거 행적이 국가의 발전과 국민들의 여망에 얼마나 부합했느냐를 볼 필요가 있다.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 중에서 차악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민과 당원들의 선택 결과가 주목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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