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무산됐다. 이전계획 발표를 기다려온 비수도권 주민들은 허탈하기 짝이 없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안동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에 참석해 “이번 정부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정부에서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8년 국회 대표연설에서 122개 기관의 이전을 공식화했다. 벌써 3년 전이다. 지난해 7월에는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이전과 관련한 청사진을 보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김 총리는 지난 9월 “수도권에 남은 기관이 400여 곳인데 그 중 직원이 100명 이상인 곳은 150곳”이라며 “이 기관들을 적절히 재배치하면 지역혁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이전계획은 진전이 없는데 비수도권 주민들을 희망고문한 셈이다.

김 총리는 2차 이전 무산과 관련 “대선을 앞두고 각 지자체가 후보들에게 공공기관 유치를 요청하면 이전 후보지가 정치논리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이 임박한 시점을 무산의 이유로 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선거가 임박하면 추진이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선거에 영향을 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으면 서둘렀어야 했다. 계획대로 추진했으면 이미 일부 기관은 이전을 완료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이제 와서 차기 정부로 넘긴다는 것은 지역 균형발전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현 정권의 비수도권 살리기 공약이 말뿐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정부가 겉으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국토 균형발전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는 그 중요성과 의미를 망각한 듯하다. 비수도권 살리기는 시혜 베풀 듯 ‘마음내키면 하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내년 대선에 앞서 이전 대상 기관과 직원들의 반발을 우려한 정치적 고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김사열 균형발전위원장이 정무적 판단 때문에 2차 이전이 미뤄지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수도권 주민들은 그동안 헛물만 켰다. 정부는 지방을 우롱한 이번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내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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