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직선제 주역, 현대사 명암 남기고 잠들다향년 89세

발행일 2021-10-26 18:01:5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향년 89세, 최근 지병 악화…서울대병원 빈소 마련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거했다.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태우 씨는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거했다. 이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 사건으로 서거한지 42년째 되는 날이다.

1932년생으로 올해 89세인 노 전 대통령은 꾸준히 병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지병이 악화되면서 이날 오후 1시40분께 삶을 마감했다.

당시 경북 달성군 공산면 신용리(현 대구 동구 신용동)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보안사령관, 체육부·내무부 장관, 12대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대표 등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 사건으로 서거하자 노 전 대통령은 12·12 당시 9사단장으로서 군사 반란에 가담했다.

쿠데타 성공으로 육사 11기 동기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2인자로 떠오른 노 전 대통령은 수도경비사령관, 보안사령관을 거친 뒤 대장으로 예편, 정무2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87년 6월 항쟁 직후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였고,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라는 슬로건으로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직선제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노태우 정부가 내세운 대표적인 국정방향은 ‘보통사람의 시대’와 ‘북방 외교정책’으로 꼽힌다.

특히 북방 외교정책은 공산주의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했는데 이는 노 정부의 주요 업적으로 손꼽힌다.

예컨대 냉전 후 1992년 한국전쟁의 적성국이던 중국과의 국교를 맺는데 성공하며 한국 외교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이후에는 내란 혐의로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기소 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헌정사상 처음 구속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노 전 대통령은 이후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고, 추징금 미납 논란에 시달리다가 2013년 뒤늦게 완납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 아들 재헌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한편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애도를 표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6·29 선언으로 이 나라의 민주화를 열고 직선제 부활 이후 첫 대통령으로 당선돼 헌정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다”며 “최근에는 5·18 피해자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다는 말로 사과하고 추모함으로써 국민화합을 위한 국가원로로서 높은 품격을 보였다”고 추도했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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