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이 내놓은 대구시청사 후적지 개발안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구청의 개발안은 랜드마크는커녕 또 다른 고층 빌딩의 하나가 될 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1년 넘게 다듬어 내놓았다는 개발안 치고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상상력이 너무 빈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안을 전면 수정해 시민들의 제안과 염원을 담아야 한다. 대구 위상에 맞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난 25일 대구 중구청은 ‘시청사 후적지 개발안’ 주민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중구청이 내놓은 개발안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의견을 나눴다. 중구청은 앞서 시청사를 식물원, 메타버스 기술 활용 콘텐츠가 들어간 65층 규모의 문화, 예술 복합 허브 공간인 ‘메가 라이브러리’로 만든다는 구상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대구시청 인근에는 40, 50층의 고층 건물이 즐비하다. 도심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마구 들어서 시청사를 에워싸는 지경이 됐다. 기존 건물들과 큰 차별화 없이는 랜드마크가 되기엔 어렵게 됐다.

또한 이 건물의 40%가량을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는 행정기관이 땅 장사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광장’도 없다. 인근 2·28 공원 및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연계 개발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대구시청사 후적지와 원도심 주변 지역에 대한 발전 방안을 함께 담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동안 지역 정치인 등 일각에서 문화예술 아트시티 건립, 뮤지컬 전용 극장 건립 등의 아이디어와 대구를 품격 높은 공연예술도시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의견 등 여러 가지 개발안이 나오기도 했다.

중구청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 검토해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개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주상복합 시설 건립은 지양해야 한다. 가뜩이나 시민들은 빌딩 숲속에 갇혀 지낸다. 빌딩 공해만 더할 뿐이다. 이곳에 타지역 및 다른 시설과 차별화된 시설이 건립돼야 한다. 지하 공간을 개발하고 지상을 공원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개발안은 아이디어도 빈약하고 발상이 치졸하다. 중구청이 랜드마크 조성이라는 목표에만 매달려 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중구청은 제기된 각종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 대구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상징물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품격 높은 문화, 공연, 예술을 더한 랜드마크의 등장을 기대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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