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얼마 전의 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어릴 적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란히 올라온 적이 있었다. 이 사진은 이재명 열린캠프 소속 이경 대변인이 올린 것이었다. 체형보다 크고 다소 허름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이 후보의 흑백사진 옆에 교복과 나비넥타이를 맨 단정해 보이는 윤 전 총장의 컬러 사진을 붙였다. 아마도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에 비해 서민들의 심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흙수저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 아니었겠느냐는 해석을 낳았다.

대통령 선거이든 국회의원 선거이든 국민들은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 만한 사람을 뽑고 싶어한다. 다만, 누가 진정 서민을 위해 봉사를 해줄지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좌우,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면에서는 더욱 후보자를 제대로 알 방법이 없다. 단지, 그 사람의 대표적인 특징이나 혹은 속성을 바탕으로 어림짐작으로 판단을 할 뿐이다.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까, 머리가 좋으니까 정치도 잘 할 것이라 믿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니면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니까 분명 서민의 편에 서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접하는 정보만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론을 내려 버린다. 이 바람에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모른 체 말이다. 심리학에선 이를 휴리스틱(heuristics)이라고 한다. 주어진 문제를 단순화해서 처리하는 행동법칙을 말하는 것으로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어림셈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수많은 의사결정을 한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 때문에 이때까지의 경험이나 쉽게 얻은 몇 가지 정보만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모든 정보를 수집한 후 아주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실제론 휴리스틱을 따르는 것이다.

대체로 개인의 경우엔 휴리스틱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복잡하고 바쁜 생활 속에서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휴리스틱에만 의존하면 치명적인 오판에 이를 수도 있다.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내리는 의사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오판이 확증편향이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 외의 정보는 철저하게 거부한다.

그러지 않아도 바쁜 세상인데 일일이 따지고 계산해가면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을 뽑는 일이라면 다르다. 휴리스틱이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우려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여와 야, 좌와 우, 진보와 보수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선 직관적 판단에만 의존한다거나 어림셈으로 투표를 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쪽으로 편향돼 있어서다.

이런 휴리스틱과 대비되는 것이 알고리즘(algorithm)이다. 알고리즘은 수학의 공식에 대입해 문제를 순서대로 풀어내듯 답을 내는 방법이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 해답을 추구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적어도 대통령을 뽑는 일은 휴리스틱에 따라 결론을 내려서는 안될 일이다. 철저하게 알고리즘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휴리스틱은 편리한 점도 있지만 동시에 위험도 안고 있다. 편향된 정보에 따른 편견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인지부조화이론을 발표한 미국 사회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는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합리화할 뿐이다’고 했다. 인지부조화란 자기가 알던 지식과 상반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심리적으로 매우 불편해 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함으로써 인지부조화를 줄이려는 심리가 있다. 때문에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자신이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안에 파고들어있는 휴리스틱적인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여당의 대선후보는 정해졌다. 야당의 대선후보도 곧 선출된다. 이미 대부분 사람들은 누굴 뽑아야 할지 점찍어뒀을 것이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자신하고 있을 게다. 하지만 이 또한 휴리스틱에 따른 결정임을 본인은 모르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일은 휴리스틱이 아니라 철저하게 알고리즘에 따라야 할 일이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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