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발행일 2021-10-26 15:30:3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대선이 불과 네 달 남짓 남았다. 서로 자신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면서 피 터지게 싸운다. 고지가 바로 코앞인 걸 감안하면 치열하게 싸우는 사정이 한편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차기 대통령을 선택해야 할 국민의 입장은 참담하다. 중차대한 시기에 다음 5년간 나라를 맡길 사람을 그들 중에서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이 짜증스럽고 한심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이점도 있다. 올바른 선택을 위한 팁이다.

선거운동 과정을 후보의 본모습을 알아가는 학습기간으로 인식한다면 비리와 의혹, 과거행적과 언행, 막말과 실언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상황에 눈살만 찌푸릴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이슈를 후보감별 자료로 활용해 나라를 잘 이끌어갈 인물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아야 한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졸렬함이나 초점을 벗어난 비이성적 폭로도 제외대상 목록에 올라갈 후보의 표징이다.

선거판은 갈수록 난잡해진다. 난세를 뚫고나갈 리더를 찾는 심경은 난감할 뿐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최악의 경우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반듯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나라와 국민이 평안하다. 건전한 정신과 인간애, 나라사랑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춘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각계 전문가에게 과감히 위임하고 이를 다시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사심 없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내공을 갖춘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러한 원칙론 이외에 상황적 논리에 기인하는 자질도 존재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복합적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그 중 가장 근본적이고 위중한 문제는 분열과 갈등이다. 과거에도 선거과정에서 어느 정도 분열과 갈등이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위험수위를 넘나들진 않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나라가 거덜 날 터이다. 국민통합과 화합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실천할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한다.

극심한 분열로 나라가 둘로 쪼개져 있다. 좌파와 우파 양 진영으로 갈려 건곤일척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갈등과 반목은 있어왔다. 그러나 그땐 일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선거가 끝나면 곧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서로가 상대방의 다른 주장을 인정하고 함께 손을 잡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사건건 극단의 진영논리로 부딪히고 있다. 다른 진영의 주장이라면 무조건 반대부터하고 본다. 현 정권의 최대 악업이라 할 수 있다. 분열이 영구적으로 정착될까봐 두렵다.

분열된 나라가 지속 가능한 경우는 드물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외침이 아니라 내부분열과 부패 때문이다. 그리스와 로마가 그랬고 청과 조선도 그랬다. 유고슬라비아는 티토 사후 내전을 겪은 후 나라가 여러 조각으로 갈라졌다. 중동은 내부분열로 바람 잘 날 없다. 레바논이 대표적이다. 개신교, 이슬람 수니파, 이슬람 시아파 등으로 분열돼 나라는 파탄지경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르완다, 수단 등과 같은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그리 된다고 생각하면 끔직하다. 대통령의 통합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

통합의 리더십은 역지사지하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이다.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바리 리더십은 편을 가르고 분열을 조장한다. 지난 이력이나 주변인물을 보면 통합의 리더인지 아닌지를 분별할 수 있다. 과거행적과 가까운 패거리가 그 판단기준이다. 성격의 불변적 성향과 유유상종의 경험칙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명확해진다. 제 버릇 개 못 주고 끼리끼리 노는 법이다. 입에 발린 달콤한 말과 선심성 매표 포퓰리즘에 현혹되어선 미래가 없다. 현명한 국민이 현명한 지도자를 알아본다.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그 배역의 선악에 관계없이 연극을 함께 완성해가는 것처럼 함량 미달의 진상 후보라 할지라도 각자의 역할을 통해 선거를 의미 있게 만들어간다. 다만 그 역할의 함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주연을 맡을 만한 사람이 주연을 맡아야 하듯이 대통령을 할 만한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 정상이다. 세상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찬 사람은 공직을 맡아선 안 된다. 상식과 법치 위에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를 보고 싶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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