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등으로 오징어게임 접한 청소년, 드라마 따라해||대구시교육청, 25일 학생생활교육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은희(37·대구)씨는 놀이터에서 자녀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깜짝 놀랐다. 자녀가 또래 친구와 함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던 도중 “000번 탈락”이라고 말한 후 총을 쏘는 시늉을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해당 놀이를)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아이가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장면을 그대로 따라해 놀랐다”며 “잘나가는 오징어게임의 역효과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열풍이 부는 가운데 대구지역 학교 및 학부모들의 근심이 늘고 있다.

만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인 오징어게임은 청소년이 시청할 수 없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폭력성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 내 학교에서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등 드라마와 관련된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문제는 순순한 놀이가 폭력적인 놀이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드라마를 접한 학생들이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서 지면 총으로 쏘는 시늉을 하는 것은 물론 일부는 벌칙으로 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각 학급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오징어게임 관련 지도에 나선 실정이다.

대구시교육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지난 25일 폭력적인 영상물 시청 금지 및 폭력적인 행위를 모방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내용을 포함한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관련 생활교육 강화’ 협조공문을 내렸다.

중구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각 학급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오징어게임은 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는 지도와 함께 전통놀이에 대한 올바른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방과 후 찾는 체육관, 학원 등 사교육 시설에서도 조심하는 분위기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튜브도 보고 친구들한테 배우는 것 같다’, ‘유치원생들도 요즘에는 다 알더라’,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수위의 콘텐츠는 아니다’, ‘너무 잔인한데 자녀가 따라하면 어떻게 하나’ 등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구에 있는 한 체육관 B 관장은 “학부모들로부터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관련된 놀이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현 기자 jhshi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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