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자냐 양자냐, TK 선택은

발행일 2021-10-24 14:26:1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의 TK(대구·경북) 구애가 뜨겁다. TK는 ‘윤석열 대세론’의 진원지다. 윤석열 후보는 TK 표밭 사수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TK 민심을 돌리지 못한다면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20, 30대 지지세를 앞세워 판세 뒤집기에 주력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아킬레스건이 된 TK의 ‘배신자’ 프레임 극복에 안간힘이다.

국민의힘 네 후보 중 세 명이 대구 연고를 갖고 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랐으며 동을에서 4선 의원을 지낸 유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TK 적자(嫡子)다. 홍 후보는 대구 영남중·고를 다녔다. 지난 총선 때 당 지도부의 눈 밖에 나 출마 지역구를 찾아 기웃대는 수모를 겪었다. 겨우 대구 수성을에 둥지를 틀었다. 홍 후보는 TK 서자(庶子)라고 할 수 있다. 대구지검 특수부장과 대구고검 검사를 지낸 윤석열은 TK와의 인연을 강조한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TK 양자(養子) 격이다. 그런데 이들 3명이 TK에서 명암이 엇갈린다.

--대구 연고 ‘국힘’ 세 후보, 지지도는 의외

정작 적자인 유 후보는 TK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의 덫에 갇혀있다. 한 자릿수 지지율도 벽이다. 수성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홍 후보도 TK에서 푸대접 받고 있다. “낳아 준 고향은 경남 창녕이지만, 키워준 고향은 대구”라는 홍 후보는 수시로 대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데도 TK의 윤 후보 바라기에 서운하기 짝이 없다. 좀체 반전 기미를 못 찾고 있다. 반면 양자로 적을 올린 윤 후보는 TK의 든든한 지지가 큰 자산이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 결과 대구·경북에서 윤 후보가 홍 후보에 거의 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 30대 젊은 층에서는 홍 후보 지지율이 높고, 50~60대 이상 장·노년층은 윤 후보가 압도하는 구도다. 유 후보는 대구 동을에서조차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다. 강고한 배신자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자식 사랑은 적자, 서자, 양자 순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TK의 지지 양상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이유가 있다. 정권교체는 보수 터전 TK에게 최우선 순위다. 무능한 정권과 조국 사태에 환멸을 느낀 TK가 정권교체 적임자로 윤 후보를 찜했다. TK 장·노년층의 ‘필’이 꽂혔다. 검찰총장으로서 문 정권에 맞선 강단과 소신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그 선점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윤·홍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대세는 여전히 윤 후보다. 그는 각종 악재에도 불구,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 조짐이 보인다. 최근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등 연이은 악재때문이다. 시중 반응도 싸늘하다. 후폭풍이 거세다. 호남 반발을 의식한 국민의힘 지도부도 당혹해 한다. 윤 후보의 최대 위기다.

홍 후보는 국정경험과 추진력이 강점이다. 반면 막말과 여성비하, 소통 부재는 유권자의 거부감을 더했다. 특히 홍 후보의 거침없는 막말과 독불장군격인 태도는 지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 장·노년층에게 평가절하 받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는 최근 강경 이미지를 벗고 솔직한 화법으로 20, 30대에 어필하고 있다. 막말과 꼰대 이미지를 털어버리려 공들이고 있다. 유 후보는 경제전문가와 소신정치, 도덕성 등의 강점에도 불구, 정치력과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배신자’ 프레임이 계속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열흘 남은 국민의힘 경선 결과가 관심사다.

--전두환 수렁 빠진 윤…홍, 판세 뒤집을까

20대 대선은 ‘비호감 월드컵’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호감도 조사 결과 여야의 대선 유력 주자 3명 모두가 비호감이 호감보다 두 배가량 높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통령 이름에 걸맞은 후보가 없다는 얘기다. 후보자 토론 이후 특정 후보 인신공격으로 유 후보에게도 비호감 딱지가 붙었다.

국민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에 염증을 느낀다. 더 이상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는 대통령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최선이 아닌 차악(次惡)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들은 기가 막힌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최악은 막아야 하니까.

홍석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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