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설치작품 등 30여 년 간의 여정이 녹아든 작품 90여 점 전시||소장품 특별전 ‘

▲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제1전시실에 선보인 이배 작가의 작품
▲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제1전시실에 선보인 이배 작가의 작품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은 개교50주년을 기념해 청도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 이배 기획초대전 ‘LEE BAE’를 개최한다.

‘숯’이라는 향토적인 재료와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통해 한국 모노크롬 회화를 세계 미술계에 선보여온 이배 작가의 이번 초대전은 작가가 2014년 대구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 이후 대구지역 미술관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인당뮤지엄 로비를 포함한 다섯 개의 전시장에서 회화와 조각 등 199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파리와 한국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한 작가의 30여 년간의 여정이 녹아든 작품 90여 점이 선보인다.

이배 작가에게 숯은 창작을 위한 재료이자 숯이 가진 의미와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매개체다.

그는 숯을 끈에 묶어 설치 작업을 하거나 캔버스에 붙이는 평면작업을 통해 불의 가장 에센스인 숯이라는 물질을 탐구한다.

평면작업부터 대형 숯을 전시장에 세우는 설치작업까지 숯이라는 재로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작가는 “모든 것을 태우고 난 검은 숯에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근원적 힘이 스며있다”고 말한다.

▲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로비에 전시된 이배의 설치작품
▲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로비에 전시된 이배의 설치작품
이번에 선보인 ‘붓질’(2020)시리즈는 숯가루를 물 또는 기름에 섞은 뒤 서예를 하듯 획을 그었다. 획을 긋기 위해 사유하며 집중한 정신성과 붓을 쥐고 획을 그려낸 작가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옛 선조들이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자 붓질을 통해 인격 수양을 하며 정신과 신체가 합일 됨을 추구했던 것과 닮아있다.

또 판넬에 스테이플러로 찍어 만든 무당벌레, 거미, 사슴벌레 등 곤충을 형상화한 작품 ‘곤충채집’(1998)은 농부의 아들로 곡식을 돌보며 자연과 함께 살아온 작가의 성장배경을 보여준다. 스테이플러로 찍어 고정한다는 행위를 통해 곤충 채집이라는 의미가 완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2000년도 국립현대미술관(MMCA)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는 2009년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작가상을 받았다.

2015년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한국과 프랑스를 넘나들며 세계 화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8년 프랑스에서 문예공로훈장 슈발리에(기사) 등급을 받았다.

▲ 제3전시실에 설치된 이배의 Installation View, 2021
▲ 제3전시실에 설치된 이배의 Installation View, 2021
숯의 작가 혹은 검정회화의 작가로 불리는 이배의 이번 전시는 21일 오프닝을 시작으로 내년 1월20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은 개교 50주년 기념을 맞아 지난 5월 대학의 50년 역사와 함께 한 소장품에 대한 특별 전시 ‘만향’(滿香)을 시작으로 오트마 회얼(Ottmar HÖrl) 기획초대전 ‘Coexistence’에 이어 이번 ‘LEE BAE’를 통해 개교 5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예술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숯이 품어내는 생명 에너지가 세계적 수준의 보건의료, 산업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대구보건대의 기와 맞닿은 전율의 순간을 함께 경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인당뮤지엄은 안전한 관람을 위해 시간대 별로 인원을 제한(50명)해 사전 예약 받는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매주 일요일은 휴관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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