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경북대 합격생 10명 중 9명이 입학을 포기하고 다른 대학으로 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방대가 외면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경북대 입학을 포기한 학생들은 대부분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올해 경북대의 신입생 모집 정원은 5천18명이지만 최초 합격생의 86.9%인 4천362명이 입학을 하지 않았다.

경북대 입학포기율은 매년 급상승 추세다. 지난 2016년 58.1%를 기록한 이후 2017년 63.5%, 2018년 71.8%, 2019년 78.4%, 2020년 76.2%로 높아졌다. 올해는 5년 만에 28.8%포인트나 뛰어 올랐다. 지역 거점대학인 경북대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올해 경북대 자퇴생(141명)의 46%도 다른 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를 그만 둔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 후에도 수도권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 국립대의 입학포기율이 높은 것은 다른 지역도 다르지 않다. 부산대는 경북대보다 조금 낮은 83.7%였지만 강원대는 146.1%, 전남대 120.4%, 충남대는 111.8%를 기록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거점 국립대가 이 정도니 지방 사립대의 힘든 사정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입학포기율이 이같이 높은 것은 수시모집에서 6곳까지 원서를 낼 수 있는 대입 시스템이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지방대가 젊은이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 문제다.

지방대 경쟁력 강화는 국가적 과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 경쟁력 강화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취업이 대학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이 된 시대다. 우선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에 지방대 출신 인재의 취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역차별 등을 주장하는 일부의 반발을 감안할 여유가 없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또 지역 거점대학이 환골탈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재정지원과 투자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지방대는 지역과 공동 운명체다. 양쪽 다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는 지방대 문제를 지역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삼아 접근해야 한다. 더 늦추면 안된다. 어떻게 해야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 수 있을지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