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4개월을 끌어온 대구 달성공단의 한국게이츠 집단해고 사태가 해결 기미가 보인다. 수수방관하던 대구시가 중재에 나서기로 한 때문이다. 한국게이츠 사태는 기업의 흑자 폐업 전형적인 사례다. 외국인 투자 업체의 그늘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외투 기업이 이익만 챙기고 폐업, 애먼 근로자들만 거리로 내몰았다. 근로자들은 해고에 항의해 단식 농성을 벌였다.

각계에 진정하고 호소했지만 행정 개입 등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대구시가 사태 발생 초기에 개입, 중재에 나섰더라면 근로자들이 큰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늦었지만 대구시장이 중재에 나서기로 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회사 청산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해고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근로자들은 대구시가 고용 승계를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한국게이츠 해고 근로자들이 대구시청 로비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해고 근로자들의 한국게이츠 폐업 저지 투쟁 480일 차, 단식 농성 55일차 되던 날이었다. 로비 농성은 오는 29일 노조측과 권영진 시장이 공식 면담과 중재가 수용되면서 중단됐다. 뒤늦은 대구시의 개입이었다.

해고 근로자들의 단식 농성 동안 회사 측은 19명의 해고 근로자에게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진행했다. 한편으론 공장 부지 매각과 청산 절차를 진행했다. 근로자들은 피를 말렸다.

그동안 대구시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10월 말로 예정된 청산 절차와 공장부지 매각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않았다. 60억 원의 금융 채무 상환 사실조차도 까맣게 몰랐다.

30여 년 근로자들의 피땀이 서린 기업이 투기 자본의 횡포에 무너졌다. 근로자들은 한순간에 길바닥으로 내쫓겼다. 대구시 등 행정 당국은 방관했다. 외투 기업에 대한 맹목적인 바라기의 결과다. 외투 기업이 이윤만 챙긴 채 빠져나가도 대응조차 못했다.

한국게이츠 사태는 온갖 특혜를 주어가며 유치한 외투 기업의 허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행정 당국의 느슨한 대응 탓이 크다.

대구시는 한국게이츠가 해고 근로자 대책을 내놓고 떠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또한 인수 기업의 고용 승계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대구시는 외투 기업 유치에 혈안이 돼 퍼주기만 한 사례는 없는지 되돌아 볼일이다. 또한 단물만 빨아먹고 발을 빼는 외국 기업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해고 근로자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타산지석 삼길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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