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별 지구에서 대한민국 울산에서/태화강 국가정원 우리는 함께 걸어/온 세상 들썩거리며 용금소에서 삼호까지//안개꽃은 신부처럼 여린 소녀 데이지 꽃/양귀비도 이쯤에선 익을 만치 익어가고/늘 푸른 십리 대숲을 안고 도는 태화강//오죽에 맹종죽에 대쪽 같은 정신으로/효자 되고 부자 되는 나라 곳간 채우느라/잠시도 쉴 줄 모르는 산업수도 울산사람

「시조정신」(2021, 9호)

박태완 시인은 2021년 가을 울산에서 발간되고 있는 시조전문지 ‘시조정신’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현재 울산 중구청장으로 일하고 있다.

‘울산태화강 국가정원’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천연자산이다.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강 수변으로 조성된 태화강 국가정원은 2019년 산림청에서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 순천만1호 국가정원에 이어서 태화강 2호국가정원이다. 한국관광100선 태화강십리대숲이 있다. 이 대숲은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손꼽히는 명소다. ‘울산태화강 국가정원’은 그러한 주제를 노래한다. 푸른 별 지구에서 대한민국 울산에서 태화강 국가정원을 함께 걷고 있는 것을 강조한다. 온 세상 들썩거리며 용금소에서 삼호까지다. 용금소는 자장법사가 중국 태화지에서 만난 용의 복을 빌고 신라의 번창을 기원했던 곳으로 태화사 용들의 안식처로 소의 깊이가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끝에 닿지 않는 깊이라고 한다. 안개꽃은 신부처럼 보이고 여린 소녀 데이지 꽃도 피고 양귀비도 이쯤에선 익을 만치 익어가고 있다. 늘 푸른 십리 대숲을 안고 도는 태화강은 오죽에 맹종죽에 대쪽 같은 정신으로 흐른다. 오죽은 볏과에 속하는 검은 대나무다. 맹종죽은 호남죽, 죽순죽, 일본죽, 모죽이라고도 한다. 높이 10-20m, 지름 20㎝ 정도로 대나무 중 가장 굵다. 산지는 한반도 남부 지역으로 죽피에 흑갈색의 반점이 있는데다 윤기가 적으며 매우 단단하다. 시의 화자가 오죽과 맹종죽을 거론한 것은 의미가 있다. 대쪽 정신의 발로다. 실로 울산은 효자 되고 부자 되는 나라 곳간을 채우느라고 잠시도 쉴 줄 모르는 산업수도 울산사람들이 열심을 다해 일하고 있는 역동적인 도시다. ‘울산태화강 국가정원’은 그러한 정신을 육화하고 있다. 작품 안에 울산 사랑의 마음과 어떤 근원적 기억에 대한 그리움의 서정을 잘 풀어내고 있다. 즉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는 직관에서 발원해 다양한 내면풍경을 통해 큰 품과 격에 가닿는 과정을 실감실정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유곡 새각단 사람들’을 통해 상실감을 노래하고 있다. 새각단 상류 계곡 가재와 버들치, 멱 감던 친구들과 빨래하던 아낙까지 흐르는 물길 따라서 어디론가 떠나버린 정황을 못내 아쉬워한다. 향수와 같은 그리움의 정서다. 복원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의 현장이다. 토포필리아 즉 장소에 대한 사랑이다. 그와 동시에 바이오필리아 즉 생명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또한 개울가 초가집에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던 일을 기억하면서 돌방산 소풍 놀이터에 혁신도시가 우뚝 서니 이제는 이웃집 흙내 나던 사람들과 물소리도 애틋하고 그리운 정경으로 남은 것을 상기한다. 그리운 물소리와 흙내 나던 사람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화자에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일이 됐다. 그만큼 세상은 급변해버린 것이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요즘도 흙내 나는 사람이 있는지? 풀내음과 흙내 나는 사람을 굳이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이 그러한 자연친화적인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유곡 새각단 사람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이정환(시조 시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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