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만났습니다. 추석을 맞아 철옹성 같던 요양원 빗장이 잠시 풀렸거든요. 백신접종완료증명서라는 열쇠를 들고 처음으로 대면면회라는 것을 했습니다. 휠체어에 앉은 엄마가 딸을 보고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를 합니다.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눈이 동그래지더니, 그제야 마스크 위의 눈만 보고도 딸을 알아본 듯 했습니다. 자꾸 내 온몸을 쓰다듬습니다. 나는 엄마한테 이대로 같이 집에 가자고 말하고 싶은데, 그냥 목구멍으로 꿀떡 넘기고 돌아섰습니다.

가끔, 사는 것이 시틋해지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살이에 마음이 고단할 때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집니다. 꽤 나이가 들 때까지 엄마 가슴에 기대어 살았습니다. 오롯이 내 편이 돼 준 엄마가 하나, 둘 기억을 내려놓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엄마의 돌이 돼 주어야 합니다.

막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아들. 세상의 풍파를 이겨내고 제자리에 우뚝 서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겠지요. 나도 내 엄마처럼, 아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돌이 돼 주고자 합니다.

글 쓴다고 유세를 떠는 아내를 위해 텔레비전 볼륨을 낮춰주는 남편, 뒤로 물러나고 싶을 때마다 다시 등 떠밀어준 아들. 두 남자가 있어 저의 글쓰기는 행복합니다.

△2019 대구수필문예대학 수료

△2020 수필과비평작가회의회원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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