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당의 제20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최종 누적 득표율이 가까스로 과반을 턱걸이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대선으로 직행한 것이다. 경선 2위를 한 이낙연 전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긴 했지만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후보 선출 감사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부패 기득권과의 최후대첩”이라고 규정하고,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세력의 부패 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다”고 천명했다.

이 후보의 말이 즉흥적으로 내뱉은 수사로 들리진 않는다. 그렇다면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강력한 대개혁이라고 표현한 걸 보아 평범하고 소소한 대책을 과장한 말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정도의 중차대한 복선을 깔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억강부약이나 대동세상, 기본소득과 연계해보면 토지국유화나 토지단일세로 결론이 난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토지를 국유화한다는 뜻일 수 있고, 토지단일세를 통해 토지만 국유화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토지국유화는 말 그대로 개인의 토지소유권을 박탈해 국유로 하는 제도이다. 국가는 소유권을 갖고 개인은 사용권을 갖는다는 개념으로 공산주의의 기본 틀이다. 토지단일세는 모든 세금을 폐지하고 토지소득을 모두 세금으로 환수한다는 이론으로 19세기 후반 헨리 조지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토지단일세 이론은 실질적으로 토지소유권을 유명무실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토지국유화와 별반 차이가 없다.

생산을 통해 이윤이 발생한다. 이 이윤이 생산에 참여한 토지, 자본, 노동의 기여분에 대응해 지대, 이자, 임금으로 배분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지대가 생산에 기여한 토지 몫보다 더 높게 형성되는 점이 늘 분쟁의 불씨가 돼왔다. 헨리 조지는 지대가 노동의 몫을 빼앗아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풍요 속의 빈곤을 초래한다고 생각했다. 그 악의 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으로 토지국유화와 토지단일세를 제시했다. 여타 요소소득을 인정한 점에서 마르크스와 결이 조금 다르다.

토지단일세는 토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본투하나 개발노력을 제약할 수 있는 등 빈틈과 결함이 많은 이론이다. 산업이 고도화·정보화되면서 한물 간 단순한 이상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부증성이나 고정성과 같은 토지의 특성에 터 잡은 부동산투기로 인해 땅값과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자산가치에 거품이 잔뜩 끼게 되면 어김없이 헨리 조지가 소환되곤 한다. 부동산 소유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을 부익부 빈익빈의 원흉으로 보면서 부동산을 정의와 공정을 해치는 주범으로 덮어씌운 상황에선 토지국유화는 사이렌처럼 웃음을 흘리며 접근하는 법이다.

국유화를 기반으로 계획경제를 추구해온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나가고 헨리 조지의 토지단일세 이론은 영감을 주긴 했지만 복잡다기한 디지털경제 속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다. 주류로 편입되지 못한 채 경제사적 의미만 갖는 형해화한 이론이다. 경제정책의 실패와 잘못된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데다 전세가격마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띄워놓고도 모자라 이제 다시 철 지난 지공주의를 실험하려 한다면 만신창이가 된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뿐이다. 더 이상 나라와 국민을 이념의 실험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국가의 정체성을 임의로 바꿔서도 안 되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대개혁을 하려한다면 그 제도의 내용을 명명백백히 국민 앞에 밝히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할 터이다. 그럴듯한 추상적 표현으로 국민을 꼬드겨 정권을 잡은 후 강압적이고 위력적 방법을 써서 초헌법적 대개혁을 진행하려 한다면 지금 그 전모를 백일하에 공개하고 정정당당히 국민의 선택을 기다릴 일이다.

이재명 후보는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의 내용이 무엇인지 숨김없이 밝혀야 마땅하다. 그 내용이 우리헌법에 합치하는 내용인지 대통령의 권한 내에서 가능한 개혁인지 궁금하다. 토지임대료를 모두 거둬들여 그 돈을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는 복안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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