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돌적인 삶이 부럽다/ 일직선의 신념 얼굴에 새기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저 에너지가 놀랍다// 햇살 작렬하는 적도에서/ 세세한 것 모두 팽개치고/ 오직 뜨거운 심장 하나로 뛰고 있는/ 저 당돌한 대시가 놀랍다// 부딪혀 꿈쩍 않는 목표물에 당황도 했을 것이다/ 캄캄한 실패에 때로 난감해 했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좌절의 분함 반추했을 것이다// 그래도/ 다시 목표 나타나면/ 새롭게 도전했을 것이다

「수성문학」 (수성문학회, 2021)

시제는 많은 경우 말 그대로 중심 테마다. 시의 심장이자 정수로서 혈액을 돌려서 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그 시를 대표하는 키워드이자 메신저다. 한 점 반딧불이로 남아 스러지는 기억 속을 유영하는 시심(詩心)이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시 ‘코뿔소’는 부족함이 없이 꽉 찬 느낌을 준다. 제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반듯함이 배어있다. 코뿔소가 가진 이미지와 품성을 오롯이 맛깔스럽게 풀어낸 결과일 것이다.

실제 코뿔소는 덩치가 코끼리 버금갈 정도로 크긴 하나 시력이 나빠서 공격성이 약하다. 허나 우뚝한 뿔과 거무테테한 피부의 코뿔소는 멧돼지나 버팔로와 함께 저돌적인 동물의 대명사로 회자된다. 잘 보이지 않으니 청각과 후각이 발달하고 작은 위험이 부풀려져서 인식될 터이며 이에 방어적 본능에서 거대한 몸뚱이와 날카로운 뿔로 힘을 과시하는 행동이 버릇처럼 된 탓일 터이다. 허장성세로 자신을 지키는 코뿔소 전략은 제법 효과적이다. 위협적인 동작만큼이나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허장성세라 여길 순 없다.

우리가 보는 코뿔소의 모습은 직선적이고 저돌적이다. 망설임이나 거침이 없고 에너지가 넘친다. 적을 해치지 않고 쫓아내자니 자연히 예비적 동작이 크고 거칠 수밖에 없다. 당돌하게 들이대는 통에 안전거리가 항상 유지된다. 가까이 접근한다고 해서 잡아먹힐 것 같진 않지만 다칠 건 확실해 보인다. 근처에 가는 것조차 꺼려진다. 그 덕분에 코뿔소는 평화롭게 풀을 뜯는다. 그의 전략은 주효하다. 실질적인 잠재력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일 것이다.

용감하게 도전했다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일이 인생에선 다반사로 일어난다. 난감해하고 실의에 빠지기 일쑤다. 와신상담 권토중래하여 마침내 고지에 오르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해 좌절하는 일이 더 흔하다. 실패가 이어지다 보면 어깨가 처지고 심약한 마음에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마련이다. 코뿔소의 한결같은 돌격행동은 몇 번 실패했다고 주눅이 든 사람에게 용기와 도전정신을 북돋아준다.

코뿔소 전략은 국가 안보에도 팁을 준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잠언과 일맥상통한다. 힘을 키우고 전력을 보여주면 그 누구도 싸움을 걸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 승리한다. 힘센 사자도 굼뜬 가젤이나 약한 누를 공격목표로 삼는다. 공격받지 않고 먹히지 않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코뿔소’를 보면서 얻는 뜻밖의 수확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란 말이 문득 뜬금없이 떠오른다. 무소는 코뿔소다.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고 그 어떤 욕망에도 집착하지 말며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당당히 살아가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지만.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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