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서울을 다녀왔다. 꼭 참석해야만 하는 결혼식 때문이었다. 여러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고속열차 대신 운전을 택했다. 결혼식장 안에는 인원제한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할 것이라는 것과 하객들을 위한 식사마저도 준비하지 못한다는 혼주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래도 얼굴도장이라도 찍어야만 할 그런 자리였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구에서 출발했다. 큰 막힘없이 순조롭던 교통흐름은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주차장으로 변했다. 10분에 채 2㎞도 가지 못하는 체증이었다. 어림잡아 시간 계산을 해봐도 제시간에 예식장에 도착하기가 어려울 듯 했다. 시내 통과가 나을 것 같아 할 수 없이 양재IC에서 내렸다.

이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제때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은 탓에 내비게이션도 우왕좌왕하는 듯했다. 경로 재탐색하는 시간이 길어 갈림길을 지나치기 일쑤였다. 돌고 돌아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가다가 보니 서부간선도로였다. 그땐 이 도로가 지난 9월1일 개통했고 체증이 심하다는 것도 몰랐다. 입구에서 무료 지상도로와 유료 지하도로 중 선택을 강요받았다. 당연히 유료도로가 덜 막힐 것 같아 지하로 들어섰다. 패착이었다. 10.33㎞의 왕복 4차로 지하터널은 꽉 막혔고 더 기막힌 건 중간에 단 하나의 출구도 없었다.

지하터널을 빠져나오는데 1시간이 걸렸고 결국 결혼식장 가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제때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나의 잘못을 애꿎은 내비게이션에 대놓고 불평을 쏟아냈다.

뜬금없이 내비게이션 타령을 늘어놓는 것은 운전할 때면 누구나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듯 일상생활에서도 누군가 정해 놓은 길을 무작정 따라가는 게 아닌가 하는 나름 합리적인 의심 때문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내비게이션의 최적경로는 굳이 통행료를 내는 도로나 터널로만 안내하는 것이었다. 휴대폰의 내비 어플이 안내하는 최적 경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사회현상이든, 정치든, 언론이든 내비게이션과 다를 바 없다. 초행길의 유용한 가이드이긴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믿고 따라가는 운전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길을 잃거나 잘못된 길, 더 먼 길을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언론의 내비게이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을 보자. 한국은 뉴스 신뢰도 조사에서 46개국 가운데 38위를 기록했다. 2019년과 2020년엔 2년 연속으로 꼴찌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자면 다소 나아졌다고 위안을 삼지만 여전히 낮은 순위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한국은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뉴스 플래폼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를 접하고 공유하는 채널로 유튜브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진실의 기준이 흔들리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1인 미디어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사회의 모든 현상을 좌우의 잣대로만 재고 자기 신념과 일치하는 내용만 취사선택해서 보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실이냐 아니냐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구독자들의 확증편향은 더 굳어져 버리는 식이다.

요즘 뉴스는 매체에 따라 그 내용이 극명하게 갈린다. 가끔 뉴스 구독자 입장에서는 어느 내용이 정확한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이와 관련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언론사는 다양한 견해를 반영해야 하며 결정은 사람들이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이 다른 나라보다 높게 나왔다. 언론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는 뉴스 구독자들이 그들의 확증편향에 따라 자신들의 신념과 일치하는 내용만 진짜뉴스로 받아들여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언론은 정치든, 사회 현상이든 있는 그대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고 감시함으로써 국민들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이다. 그들이 내용을 왜곡하거나 자신들의 이념에 따라 입장을 정한다면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언론은 고장난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차를 운전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많다.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탐색해서 제대로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언론을 보고 싶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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