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에 출렁이는 황금들녘을 보는 것은 덤이다. 가을은 참 예쁘다.
가을은 참 예쁘기도 하지만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그 풍성함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풍성함의 예로 가을무는 지천에 널린 가장 흔한 농작물이다. 가을무는 달디달다. 가을무는 수분도 많아서 무얼 해도 좋고 천연감기약으로 만들어도 좋다. 가을무 수확철이 되면 소고기뭇국을 직접 끓여 본다. 소금간만 해도 국 맛이 달아서 가족들이 엄지척을 해준다. 가을무는 ‘인삼보다 낫다’라는 말도 있듯이 무는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그래서 제철음식이 보약이라는 말을 하는가 보다. 제철음식은 영양분이 가장 풍부한 시기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급해 줘서 계절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란다. 가을 무만큼이나 가을철을 대표하는 제철음식으로 인삼을 꼽을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인삼을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은 없다”라며 이는 인삼은 추위를 덜 타게 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며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도와 주며, 손발이 저린 증상을 없어지게 한다는 뜻이다.
또한 “인삼은 오장의 기가 부족한 것을 보한다. 인삼은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몹시 여위고 기운이 약해진 것을 치료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인삼은 마음을 진정 시키며, 가슴 두근거림을 멎게 하고 심기를 잘 통하게 하며 기억력을 좋게 해 잊지 않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고3수험생의 건강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인삼에 함유된 사포닌은 진세노사이드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이 물질은 인삼의 효능을 나타내는 주요 성분으로 면역계를 비롯해 중추신경계, 내분비계, 대사계 등 여러 분야의 연구 결과를 통해 체내 항산화 효소의 활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암세포 생장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으며 신경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퇴행성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효능으로 인삼은 예로부터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인삼이 지금 울고 있다.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하는 가을철에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충북 보은에서 인삼 재배 농가들이 인삼 값 폭락에 인삼 밭을 갈아엎는 시위가 있었다. 인삼 값이 폭락해 키울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한국인삼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삼(750g, 10뿌리)시세는 2만9천 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26.8%하락했다.
2000년대 한약업계에선 “홍삼 때문에 한약이 안팔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인삼가공제품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인한 수출 부진,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면세점 홍삼판매 매출이 70~80%감소했으며,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새로운 건강기능식품의 급성장 등으로 인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면서 농가마다 인삼 재고가 쌓여가며 인삼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 감소로 본격적인 수확철이지만 인삼재배농가와 업계의 시름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이렇듯 수요 감소로 인한 인삼업계의 어려움을 돕고자 풍기인삼의 고장인 영주시는 인삼 농가에 도움을 주고 잠재적 소비층 확보 차원에서 지역내 고등학생들에게 홍삼스틱을 간식으로 제공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또한 온라인 풍기인삼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방문객들에겐 건강을, 인삼 재배 농가에는 미소가 가득한 축제가 되길 바래며, 한국인의 영원한 보약인 인삼은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가을은 참 예쁘지만 가을 인삼은 더 예쁘다!
손동섭 농협손해보험 대구경북총국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