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대구·경북 한바퀴〈29〉대구 수성구

대구 수성구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품도시다.

법원, 검찰, 교육청, 금융, 대형 학원 등 주요 기관이 밀집해 있어 대구의 강남으로 불린다.

하지만 수성구의 진짜 매력은 녹지, 강과 하천이 흐르는 ‘생태도시’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동성로, 근대골목이 있는 중구 못지않은 풍부한 관광자원을 자랑한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시 수성구에서 다가오는 가을을 만끽하고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래보는 것을 어떨까.

▲ 대구 수성못에서 열린 제2회 수성빛예술제 모습.
▲ 대구 수성못에서 열린 제2회 수성빛예술제 모습.
◆대구 데이트코스 1번지

수성못이 있는 수성유원지는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MZ세대에 이르기까지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코스 1번지다.

수성유원지의 면적은 1천215만㎡로 느티나무, 은행나무, 백자작나무, 백일홍 등 화목류 26종 1만8천 그루가 식재돼 있다. 범물동의 용지봉에서 북서부로 뻗어 내린 완만한 산지와 수성못이 어우러져 경관이 매우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수성못을 따라 조성된 2천여m의 산책길은 연인과 함께 손잡고 걷기만 해도 사랑이 싹 뜨는 장소로 손꼽힌다.

수성못에서는 오리배를 타면서 수성못 뷰를 감상할 수 있다. 바이킹, 회전목마 등 갖가지 놀이시설을 갖춘 수성랜드도 있다.

밤이 되면 수성못의 매력은 배가 된다.

데크길에 설치된 조명이 커져 한층 더 분위기는 풍경이 연출된다.

특히 버스킹 무대도 곳곳에 있어 젊은이들의 끼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연인과 함께 수성못을 찾았다면 ‘돗자리’를 반드시 가지고 가자.

수성못 한편에는 잔디공원이 조성돼 잔디밭 위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사색에 잠기거나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수많은 대구시민 및 관광객이 수성유원지를 찾다보니 일대에는 식당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먹거리가 풍성하다.

▲ 대구 수성구 범어천 전경
▲ 대구 수성구 범어천 전경
◆범어천에서 산책 어때요

범어천은 범물동 진밭골에서 발원해 두산오거리~어린이회관~중앙고등학교를 거쳐 신천에 합류하는 길이 2.3㎞를 흐르는 자연하천이다.

1960~1970년대에는 당시 어린이 등이 이곳에서 고기도 잡고 물놀이도 했다. 하지만 1980년부터 산업화에 따른 인구팽창 등으로 인한 본격적인 개발로 복개천이 되면서 자연하천으로의 기능을 상실했다.

건천화 및 생활하수 유입에 의한 수질 오염으로 인해 심한 악취 발생과 더불어 각종 담수 생물들이 자생할 수 없는 환경으로 외면 받아 왔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청계천+20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환골탈태했다.

수성구청은 복개구조물 내 하천 슬러지(찌꺼기)를 제가한 후 바닥을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복개구조물 위에 주민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하단을 조성하는 등 쾌적한 환경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수성구청은 학창시절 범어천에서 보낸 대구의 대표적인 문학인 정호승 시인의 성장기를 스토리텔링화해 범어천 일대 산책로를 ‘시인의 길’로 조성하고 있다.

향후 범어천 일대가 시와 음악이 흐르고 낭만과 추억이 가득하도록 ‘범어천 시와 함께 걷는 경관 설계용역’을 통해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로 유명한 방천시장과의 문화적 연계성을 확보해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중심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 모명재에 있는 이순신 장군과 두사충 장군의 동상.
▲ 모명재에 있는 이순신 장군과 두사충 장군의 동상.
◆모명재길 산책 그리고 체험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525길 14-21(만촌동 715-1)에 세워져 있는 모명재는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로서 우리나라에 원군으로 왔던 두사충이 귀화한 후에 그 후손들이 1912년에 세운 것으로 그의 호인 ‘그리워할 모’, ‘명나라 이름 명’자를 써서 ‘명나라를 그리워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모명재는 1966년 노후로 인해 중수가 있었던 건물이지만 그 규모와 구조는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20세기 초, 대구지역 재실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재실은 네모반듯한 대지에 남향으로 배치돼 있으며, 정면 4칸, 측면 3칸 규모에 좌우 1칸 온돌방, 중앙 대청 2칸, 전면 툇마루, ‘一’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다.

모명재길은 수성구 만촌동과 고모동을 아우르는 길로 형제봉길, 모봉길, 고모령길, 팔현길 등 전체 4코스, 10.87㎞에 이른다.

모명재길은 길이 지닌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가 어우러져 거닐 수 있도록 각 코스를 조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점과 지점을 잇는 선이 아니라 역사와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공간이다.

모명재와 관련해 수성구청은 모명재 한국전통문화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달서구벌대로 527길 13-5에 있는 체험관에서는 다례와 명상, 동의보감 음식 체험을 할 수 있다. 단체 10인 이상은 사전예약이 필요하며5인 이상은 별도 문의를 해야 한다.

▲ 영남제일관 야경
▲ 영남제일관 야경
◆숨은 명소, 대구의 남문

수성구 만촌동에는 대구의 관문 중 남문에 해당되는 ‘영남제일관’이 있다.

동구 방촌동에서 화랑교를 지나 인터불고 호텔 쪽에 있는 성이 바로 영남제일관이다.

영남제일관 일대로는 공원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기 좋은 숨겨진 명소로 꼽힌다.

대구읍성은 동서남북 4개의 정문을 뒀다. 1590년(선조23)에 처음 만들 당시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으나 임진왜란때 허물어진 뒤 1736년(영조12)에 돌로 다시 쌓아 석성을 만들었다. 성에는 동서남북에 4개의 정문을 뒀는데 동문은 진동문, 서문은 달서문, 남문은 영남제일관, 북문은 공복문이라 했다. 1906년 읍성이 철거될 때 성문들도 함께 철거됐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모습을 지닌 영남제일관은 1980년 망우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중건됐다.

영남제일관 일대에는 중건 기념비와 대구부수성비, 영영축성비가 세워져 있다.

영남제일관 2층 문루는 개방시간에만 관람이 가능하다. 2층 문루에서의 전경은 화랑교 아래로 금호강이 흐르고 시가지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절기(4~11월)에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동절기(12~3월)의 경우 평일 개방시간은 하절기와 같지만 토·일요일에는 개방하지 않으니 참고하면 된다.

▲ 국립대구박물관 내 복식문화실.
▲ 국립대구박물관 내 복식문화실.
◆국립대구박물관

1994년 문을 연 국립대구박물관은 국보 3점과 국가 민속 문화재 1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다양한 상설·기획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구시티투어 도심순환형 노선에 포함된 무료 여행지로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필수 여행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대구박물관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지속적으로 보강·전시하고 있다. 섬유복식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대구 특성을 살린 ‘복식문화실’은 국내외 교류전시 제공과 더불어 2019년 한복디자이너 고 이영희 선생의 작품 8천여 점의 기부전시를 통해 복식특성화박물관으로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박물관 내부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산책을 하며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보물 제357호 정도사 터 오층석탑을 비롯해 통일신라·조선시대의 석탑부재와 건축부재를 전시한 정원과 박물관 뒤편에는 청동기시대 고인돌과 집터, 삼국시대 토기가마 전시 등 역사의 현석을 느껴볼 수 있는 유적공원이 마련돼 있다.

대구 출신 시인들의 작품들로 꾸며진 시문학 동산은 산책을 하면서 시 한수에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지기에 좋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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