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로 넘어간 ‘군위군 대구편입’ 추진

발행일 2021-09-27 14:18: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문정화 제2사회부 신도청권 취재팀장
군위군의 대구 편입 추진을 위한 ‘경북도 관할구역 변경(안)’ 건의서가 지난 23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 제출됐다. 경북도의회가 군위군 대구편입에 대한 ‘찬성수정안 불채택’, ‘반대수정안 불채택’ 이라는 의견(?)을 경북도에 보내온 지 보름 만이다. 이로써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을 위한 공동합의문 가운데 가장 민감한 조항의 향배가 행정안전부로 넘어갔다.

‘군위 대구편입 추진’은 지난해 7월30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 국민의 힘 대구시·경북도당 위원장이었던 곽상도·이만희 국회의원이 서명한 공동합의문 5개 항 가운데 끝 조항이다. 합의문 뒤에는 대구시의원 23명과 경북도의원 53명의 서명도 첨부됐다. 군위군의 버티기로 무산 위기로 치달았던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 논란은 이들의 대승적 결단으로 서명된 공동합의문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을 민·관이 뭉쳐 극복해낸 대구·경북이 일궈낸 또 하나의 성과였다.

그러나 왠지 건의서를 행안부로 ‘쌈박’하게 넘긴 것 같지 않다. 도의회 의견청취다. 의견을 달라고 했는데 찬성도 안해주고 반대도 안해줬다. 260만 도민의 대표성을 가진 도의원들이 이들의 의견을 표결로 그릇에 담아내야 하는데 안 만들어졌다. 고민이 많았다는 측면도 있지만 다음 회기로 유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의견 없음’은 경북도가 투표 결과에 대한 해석까지 하게 만들었다. 반대 불채택 투표수(33표)가 찬성 불채택(29표)보다 많은 것(4표)을 두고 편입 찬성이 우세하다고 풀이한 것이다. 틀린 해석도 아니다. 그러나 의견없음도, 내용 해석도 도민들이 보기에 좋은 그림은 아니다.

이번 군위 대구편입 의견청취 과정을 보며 경북도와 경북도의회 관계가 시스템적으로 작동되기를 희망한다. 지방정부인 도는 도의회 교섭단체인 국민의힘 원내대표단과 주요 현안 논의를 좀 공식화해야 한다. 현 정부가 여당인 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하듯 말이다. 필요하다면 도지사는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을 공관(잡아센터)으로 초청해 협조도 구해야 한다. 또다른 비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도 마찬가지다.

도의회 재적의원 59명 중 도지사와 같은 당 소속 의원이 48명이다. 그런데도 군위 대구편입추진 의견청취 결과가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나왔다. 경북도와 국민의힘 경북도당(지방 정부와 여당)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철우 도지사의 리더십으로 볼 때 물밑 소통을 안했을리 없다. 김수문 도의원은 지난 2일 찬성안 반대토론에서 도의원에 대한 도지사의 접촉과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비판했다. 이는 그만큼 의견청취 건을 두고 물밑 소통을 활발하게 했다는 점을 확인한다.

그러나 적절한 타이밍에 도와 의회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도민에게 보이는 것’은 미흡했다. 1년 전 공동합의문 처리를 위한 도의원 서명 과정이 ‘번개불에 콩볶듯’ 이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의견청취를 앞두고 도지사와 의장단 등이 ‘잡아센터’에서 만나고 이후 여야 원내대표단이 해법을 고민하는 그림을 도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그 모습이 ‘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쇼’가 지나치면 문제지만 말로 하는 정치는 그에 맞는 적절한 형식을 갖출 때 설득력을 갖고 성과로 연결된다. 그 과정에서 통합신공항의 성공적 건설이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경북으로서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도 도민들에게 다시 각인시킬 수 있었다.

행안부가 편입 건의서에 어떤 답을 줄지 예단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흔쾌히 관련 법안을 국회로 제출해 주면 더없이 좋다. 그러나 행안부가 경북도의 군위대구편입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도의회의 ‘찬성안 불채택’, ‘반대안 불채택’ 의견을 두고 우리 말로 “찜찜하다”며 다시 의견을 명확히 하라고 할지 알 수 없다. 전자의 경우라면 도는 대구시, 지역 국회의원들과 국회 대응을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후자라면 도와 도의회는 다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도와 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원내대표단, 지역 국회의원들이 물밑 소통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해야 할 때다.

문정화 제2사회부 신도청권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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