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명품일꾼<42>구미다문화센터 박수아 통·번역사

발행일 2021-09-27 13:34:5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박수아 통·번역사.


박수아(38)씨는 베트남 출신의 통·번역사다.

2014년에 통역 및 번역 관련 자격증을 딴 뒤 8년째 구미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구미에서는 베트남 이주여성의 멘토로 통한다.

주요 업무는 한국말이 서툰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다.

결혼이민자를 포함해 800여 명의 베트남인이 구미에 거주하는데, 베트남어 전문 통·번역사가 흔하지 않아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 통역사는 “센터의 일과가 단순 통역에 그치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며 “결혼이주여성 선배로서의 조언도 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져 통역이 아니라 상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10년 전 친척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한국에 정착했다. 베트남 이름은 부이티응옥화. 지금은 통·번역 일을 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어가 낯설어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방문 교육이었단다.

한국어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 한국어 교육 뿐 아니라 다문화가정을 위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한국어 선생님은 결혼이주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대학까지 졸업한 박씨를 눈여겨봤고 그에게 ‘통·번역사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3년 만에 베트남어 통·번역사 자격을 따냈지만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어를 적는 건 여전히 그에게도 힘든 일이라고 한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글자가 만들어지는 한국어가 생소했고 특히 ‘ㄹ’ 받침이 발음하기 힘들었다.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의 고민도 결국 ‘언어’다.

남편이 아내의 모국어를 배우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한국어만 사용한다.

결국 대부분의 다문화 가족의 의사소통 문제는 고스란히 엄마의 책임으로 남겨진다는 것이 박수아씨의 설명이다.

그는 “심지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마저 한국말이 서툰 엄마와는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언어장벽으로 인한 갈등은 가족 사이에서도 풀리지 않는 앙금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결혼이주여성 상당수가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3년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한국어를 제대로 말하고 쓸 수 있는데 결혼이주여성들 상당수는 입국과 동시에 일을 한다.

또 이들이 한국인이 많은 직장에 다니더라도 직장 내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한정적이다 보니 한국어 실력은 좀처럼 향상되지 않는다.

박씨는 현재 전문적인 상담사 공부를 하고 있다. 통·번역 일을 하면서 상담이 필요한 사례를 많이 접했고 특히 몇 년 전 겪었던 사건을 계기로 상담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구미경찰서로부터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말을 통역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이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인 남편과 10년을 넘게 지내면서 자신의 모국어를 구사할 능력도 상실했다. 당연히 한국어도 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해당 여성은 알코올중독과 조현병 증상까지 보였고 남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몹시 경계했다고 한다.

박수아씨는 포기하지 않고 거의 매일 그 여성을 찾아갔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상자로 등록해 치료도 받게 했다. 그 여성이 거짓말처럼 마음을 열던 날, 자신보다 어린 수아씨를 ‘언니’라고 불렀다.

박수아 통역사는 한국어를 배우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겁내지 말자. 기초를 다지고 많은 사람과 만나서 많이 이야기하고 그보다 더 많이 들으면 어느 순간 입에서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고 조언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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