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을 타개하려면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을 극적인 계기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1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 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30년 전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을 언급하며 “결코 분단을 영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남북이 주변국들과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고 훗날 협력으로 평화를 이룬 ‘한반도 모델’이라 불릴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하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조속한 추진,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등을 통한 감염병·자연재해 대응을 제안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 등 유엔 결의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남북·북미관계가 경색된데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무시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이뤄진 연설이라 북한과 국제사회가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야권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임기 말에 새로운 제안을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했던 것들을 잘 마무리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방미길에 오른 이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초기 3~4년간 방향성에서 상당한 오류를 노정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선에 실패하며 지금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한미 간에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문재인 정부가 진행했던 대북 정책이 상당히 폐기되는 수순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제76차 유엔총회연설을 보면 이 분이 과연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의아하다”고 비난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평화쇼, 남북협력을 되뇌이다가 국제사회에서 누구도 공감하지 않는 종전선언을 또 다시 내밀었다”며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종전선언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북한 주민들을 사람답게 대우하면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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