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의료정책 알리고자 대구 의료계 한 자리에 모였다

발행일 2021-09-15 18: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난 14일 대구서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공청회 열려

의료계, 수술실 CCTV 대리 수술 못 막고 의료사고 증거 기능 못 해

대국민, 대정부 등 의협 및 의사회 소통 강화해야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을 놓고 전국의 의료계가 우려를 연일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대구시의사회가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등 최근 개정되는 의료정책 관련 입법안과 정책 기조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료계는 추진되는 입법안에 대해 의료체계의 근간을 붕괴시키고 직역간 갈등을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는 지난 14일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공청회’를 열고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대구 달서갑), 대구시 채홍호 행정부시장, 코로나19비상대응자문단 이경수 교수, 전공의 및 의대생 대표가 참여했다.

지난 14일 호텔라온제나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공청회’에서 대구시의사회 이상호 부회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의료계가 말하는 수술실 CCTV법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의 인권이 강화되는 계기라며 환영하는 반면 의료계에서는 외과 계열 기피에 따른 필수 의료의 위축, 예비 범죄자 간주 등의 이유로 반발이 심하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 시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이 핵심이다.

의료진은 정당한 사유(응급 수술, 위험도가 높은 수술 등)가 없으면 촬영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법안 공포 후 시행까지는 2년간의 유예 기간을 뒀지만 의료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청회 주제발표를 맡은 대구시의사회 이상호 부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목적은 전혀 합목적적이지 않다. 의료사고의 증거로 필요하다는 것은 CCTV가 전혀 그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수술실 한 번만 참관하면 알 수 있다”며 “대리수술 예방 목적으로는 더욱 의미가 없을 것이다. 수술실 마스크와 모자를 쓴 상태에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도 힘들 것이며 대부분의 대리수술은 내부자 고발로 밝혀진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법이 세계에 알려질 경우 세계적으로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다. 그보다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환경인지도 모르고 수술을 받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수술실 내 성추행 예방, 의료사고 증거 등의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반기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의 경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반인권적 소지가 있어 시행하지 않고 있는 제도”라고 지적하며 “이 법은 의사를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해치는 범죄자로 상정해 놓고 범죄 예방의 목적으로 설치를 의무화 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법익침해의 최소성, 비례의 원칙, 보충성의 원칙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사회가 주최한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공청회에 참가한 홍석준 국회의원(대구 달서갑) 등 관계자들이 패널토의를 경청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포퓰리즘 ‘그만’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공청회에서는 ‘포퓰리즘’ 정책을 멈춰야 한다는 공통된 주장이 나왔다.

수술실 CCTV법, 전문 간호사법, 노정 합의문 등을 보면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비상대응자문단 이경수 교수는 “현재 추진되는 의료관련법은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은 채 입법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수년간의 축척된 정보, 연구사례가 아닌 몇 개의 사례를 가지고 법안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대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의료정책이라고 꼬집으며 의사나 병원 경쟁력 보다는 ‘인기’ 정책이 쏟아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 정부가 내놓는 것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과정을 생략하고 특정 세력, 특정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많이 담긴 정책이 국회서 쉽게 통과되는 것을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의사회는 정신을 차리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의사도 한목소리로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경북대병원 심태진 전공의 대표는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의사 증원 정책에 대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과중에 대한 환경, 처우 개선에 대해 논의돼야 할 노정합의문에 의사 증원 정책이 포함돼 있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국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 시책 추진에 노력해야 한다는 정공의 특별법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 그리고 전공의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열린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공청회’ 패널토의에서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수석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의협·의사회 변해야

대구시의사회는 대국민, 대정부, 국회 등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올바른 정책을 알리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부회장은 “그동안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법안들을 막아내기에 바빴다면 이제는 선제적으로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의료 정책을 만들어서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가오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제적인 의료정책 수립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 근거와 목적을 설명해야 한다. 의협 의료정책 연구소의 인력 및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 부회장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2월18일 대구지역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후 대구시의 대처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대구시는 대구시의사회의 의견을 존중해 신중하면서도 빠른 결정으로 대처해 위기를 수습했다”며 “하지만 정부에서는 의협과 같이 의논하지 않아서 초기부터 실책을 많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탓만 할 게 아니라 의협도 정부와 신뢰관계를 쌓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부회장은 “정부에서는 의협을 믿지 못했고 전문가를 믿지 못했다. 그 결과 잘못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의협 대외협력위원회는 임기의 연속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소통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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