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花蛇)/ 이충호

발행일 2021-09-15 14:07:4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 꽃뱀의 권리 ~

… 반려동물이 뱀이다. 함께 살다보니 취향도 비슷하다. TV나 음악도 함께 한다. 그렇다고 늘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외출할 땐 우리에 넣는다. 가방에 넣어 함께 외출할 때도 있다. 기차에서 뱀이 가방에서 빠져나가 소란을 피운 사건 이후론 가급적 우리에 넣고 나간다. 뱀을 키우게 된 건 남자 때문이다. 산동네로 올라가는 길에서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사랑하게 해 달라나. 두 번째 만난 날 그를 따라갔다. 거꾸로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됐다. 사랑은 바람처럼 왔다 바람처럼 갔다. 결혼 소문을 듣고 복수하기로 했다. 애완 뱀 가게에서 뱀을 샀다. 뱀을 풀어 결혼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 일 이후 뱀을 키우기 시작했다. 애완 뱀은 물지 않고 독도 없다. 나는 반려 뱀을 꽃뱀이라 불렀다. 나도 꽃뱀이다. 야간업소에 다니면서 얻은 별명이다. 꽃뱀이 꽃뱀과 동거하는 셈. 따지고 보면 꽃뱀 아닌 여자가 있나. 사랑의 대가로 남자에게 모든 걸 얻어낸다. 화대가 각각 다르지만 다 살기 위해 하는 거다./ 할매는 뱀을 신령스럽게 대했다. 능구렁이를 지킴이라 부르며 재물과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아빠는 화전민으로 땅꾼 일도 했다. 내가 열 살 때 엄마가 해괴한 일을 당했다. 야외에서 소변을 보다가 뱀이 거기로 들어가 돌아가셨다. 그 일로 아빤 뱀을 내버렸다. 허나 일 년 후 다시 뱀을 잡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중학교까지 다닌 셈이다. 엄마 사후 아빤 외로움을 탔다. 나를 장터 밥집에 맡겨두고 아빤 꽃뱀을 팔아 꽃뱀을 샀다. 꽃뱀 여자는 아빠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듯했다. 아빠 장례식장에도 그 여자가 왔다. 그 여자가 고마웠다. 아빠가 떠나자 나는 실의에 빠졌다. 그때 뱀이 떠올랐다. 생명력으로 가득 차 살기 위해 산천을 누비는 뱀. 신비감과 두려움이 뒤섞인 뱀의 생동감이 나를 뒤흔들었다. 절망하지 말고 뱀의 모습으로 살자. 뱀은 불처럼 열정적이다. 나에게 꽃뱀의 영혼이 씌었다던 엄마 말이 생각났다. 사랑의 욕정은 뱀의 속성을 닮았다. 그 욕정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열아홉에 무작정 상경했다. 아빠도, 사랑도 떠나갔다. 어느덧 나는 몸을 팔게 됐다. 내 스스로 선택한 생존 방법이다. 성욕은 자연의 순리이고 매춘은 정당한 노동이다. 꽃뱀의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가면 시위를 했다. 가면을 벗고 당당히 하자고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몸의 그리움은 몸으로 풀어야 한다. 몸의 자유를 구속해선 안 된다.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계속 뱀을 키웠다. 뱀은 엄마의 화신, 아빠의 영혼과 같다. 뱀과 헤어질 수 없다.…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다.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의 매춘 인정 논거일 터다. 성매매금지법이 남녀 모두에게 채워진 현대판 정조대라 일갈하고 있다. 미국의 금주법이 연상된다. 남녀 공히 자유의지로 상대방을 선택하고 자유의사로 잠자리를 결정한다. 그 자유에 금품이 개입됐다고 달라질 건 없다. 자유로운 선택이 법적으로 거부되는 일은 자연스럽지 않다. 잠자리까지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다. 간통죄가 폐지된 동일한 이유로 성매매금지법도 폐지돼야 마땅하다.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마구잡이로 뜨는 호객행위와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 주택가로 침투한 음성적 매춘상황이 당초 기대했던 법 취지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돌아가기엔 갈 길이 너무 먼가.

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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