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봉무동 고분군은 5~6세기 삼국시대에 조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6만6천980㎡ 부지에 132기의 봉분이 있다. 당시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장법(葬法) 및 문화적 변모상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그러나 봉무동 고분군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2006년 대구시 지정문화재 15호로 지정됐지만 원형이 많이 훼손된 데다 후속 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잊혀진 유적이 된 것이다.

봉무동 고분군은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불로동 고분군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불로동 고분군(270여 기)은 1976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262호)로 지정된 뒤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집중적인 정비를 통해 전국에서 탐방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에 반해 봉무동 고분군은 그간 방치돼 왔다. 잡초가 무성하다. 경작, 불법건축 등도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많은 고분이 도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분군이란 표지판이 없다면 삼국시대 유적으로 인식할 수 없을 정도다. 홍보가 안돼 관심을 갖거나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

동구청이 지난 8일 ‘봉무동 고분군 종합정비계획 용역’ 보고회를 열었다. 고분군 정비의 첫걸음이다. 뒤늦게나마 관할 구청이 정비에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봉무동 고분군과 불로동 고분군은 조영시기가 같은 삼국시대다. 고분 크기는 불로동이 대형분인 반면에 봉무동은 대부분 소형분이다. 전문가들은 두 고분군과 관련된 사람들의 위계 차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정밀 비교연구해보면 당시 다양한 계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제는 만만찮다. 전체 면적의 88%(5만9천145㎡)가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사유지를 매입해 고분군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가사적 지정도 추진해야 한다.

봉무동 고분군은 정비가 완료되면 경관 정비와 함께 인접한 불로동 고분군과 연결통로 등을 만들어 탐방로를 조성하거나 고분박물관 등을 건립할 수 있다. 두 개 고분군을 연결할 경우 고분공원 규모의 확대와 매장 유물, 매장자의 비교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문화적 가치를 재창출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분은 역사 공부의 현장이다. 옛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관광자원으로서 더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동구청의 정비계획이 속도를 내 봉무동 고분군이 재조명 받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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