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아동 신체발달이 늦어지는가 하면, 일상이 돼 버린 마스크 착용으로 언어 발달마저 지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수도권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통계에서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아동청소년 전문가들도 한결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어장애를 겪는 유아(만 24개월 이하)와 단체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미취학 아동 상담 및 치료 건수가 예년에 비해 20~30%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정명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마스크 쓰기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유아들의 말 트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며 “만 8~12개월의 유아는 옹알이를 시작으로 말을 조금씩 배워가는데, 최근 들어 18개월이 지나도록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 시기의 유아는 ‘엄마’, ‘아빠’ 등 짧은 단어를 사용하며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계속된 코로나 사태로 유아의 말 배우기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유아는 말을 배울 때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와 말하는 입 모양을 보고 따라하게 되는데 일상이 된 마스크 쓰기로 유아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듣지만, 말하는 입 모양은 볼 수 없어 정확한 발음을 익히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가 어린 자녀의 언어 습득을 더디게 만드는 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증상을 겪은 미취학 아동이 치료 없이 성장하게 되면 ‘사회성 결여’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고,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리 속에서 ‘왕따’가 되기 십상이라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유아가 스스로 받아들이는 정보량의 80%가 시력을 통한 ‘시지각’ 능력으로 습득하는데, 마스크로 상대방의 얼굴을 모두 볼 수 없어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동산병원 김준식교수(소아청소년과)는 “유아기에는 언어와 소근육(손으로 활동)이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12~24개월로 말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인데 말문이 너무 늦게 터지면 뇌 구조 형성에 악영향을 미쳐 똑똑한 아이로 키울 수 없게 된다”며 “부모는 아이를 관찰해 작은 이상 증상이라도 발견하면 빠른 검사로 확인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 전문의는 “유아에는 시점별로 배우는 크리티컬 시기가 있다. 부모의 관심이 가장 중요한데 가르친다는 느낌보다는 다양한 놀이와 소통을 통해 아이와 놀아주는 게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며 “가족과의 끊임없는 교류를 시작으로 친구와도 함께 뛰어놀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환경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