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삶, 나를 찾아 고민하고 성찰해보게 만드는 전시 40여 점||신경애 기획자 “3년간

▲ 이태동 작 ‘한 소년2’
▲ 이태동 작 ‘한 소년2’
“난해한 현대미술은 심오하지만 깊이감이 있죠. 지금까지는 개성이 짙어 화려한 전시를 추구했다면, 이번 기획전은 현대미술의 깊이감을 통해 정신적 허기를 충족시킬 겁니다.”

수창청춘맨숀의 ‘spiral life(나선형 삶)’ 전시를 기획한 대구현대미술가협회원이자 교육학 박사 신경애 기획자가 이번 전시 의도를 밝혔다.

그는 “3년 동안 수창청춘맨숀의 전시 기획을 맡아오며 대중성이 높은 전시만을 추구했다”며 “하지만 정신적 허기가 계속됐고, 내면을 충족시키는 ‘진정성’이 있는 전시를 선보이고 싶었다. 무겁고, 심오한 전시일 수 있겠지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고민의 시간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 이시아 작 ‘내면의 숲’
▲ 이시아 작 ‘내면의 숲’
▲ 임철민 작 ‘섬1’
▲ 임철민 작 ‘섬1’
수창청춘맨숀이 오는 11월28일까지 올해 세 번째 기획전시 ‘spiral life(나선형 삶)’를 연다.

나선형은 작은 원에서 시작돼 점차 큰 원을 형성한다. 이는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며 커지는 소용돌이와도 비슷하다.

기획 의도도 같은 맥락이다. 나선형은 우리 자신을 상징한다. 단순 반복이 아닌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 살아가는 우리의 삶처럼 자신에 대해 깊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전시인 것이다.

전시는 어제에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우리의 삶에 주목한다. 그런 시간 속 우리가 경험한 것에서 발견한 예술이다.

이를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내 신선하면서도 감각적인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 참여작가는 공모를 거쳐 선발된 전국 청년 예술가 15명이다.

강보라, 고영찬, 김은진, 김효진, 박선영, 선민정, 성다솜, 이시아, 이지숙, 이태동, 임철민, 전영현, 정선미, 지윤구, 차지량이다.

전시는 ‘인간’과 ‘자연’ 2개의 큰 주제로 흘러간다. 소재는 다채롭다. 식물, 숲, 감정, 공간, 기억 등이다.

기억을 소재로 하는 강보라 작가는 물티슈와 포댓자루를 재료로 가져왔다. 캔버스가 아닌 이 자체가 작품이 된다. 특히 실제 산불이 발생했을 때 닦은 검은 재가 묻은 물티슈 10여 장을 전시해 눈길을 끈다.

이는 동물과 식물, 사물의 모든 존재가 불로 인해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는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다.

▲ 전영현 작 ‘잃어버리는 사람들’
▲ 전영현 작 ‘잃어버리는 사람들’
▲ 지윤구 작 ‘perfect’
▲ 지윤구 작 ‘perfect’
감정을 소재로 한 전영현 작가는 ‘잃어버리는 사람들’이라는 작품명으로 9분가량 3D 애니메이션 영상을 선보인다.

영상은 사람 형상인 마네킹이 팔다리를 잘리거나 잃어버리는 등 불완전한 형태가 되는 과정으로 흘러간다.

이는 신체 일부를 잃어 불완전한 인물을 통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불안을 표현한 것이다.

공간을 소재화한 지윤구 작가는 전시관 안에 출입구가 있는 방을 조성했다. 방 안에는 천막이 벽에 붙어있고, 빨간 빛을 내는 센서가 있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회적 비판적인 요소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자 했다.

신경애 기획자는 “15명 작가의 모든 작품이 기억 속에 남기보다는 하나의 작품이라도 천천히 감상하면 이번 기획 의도는 성공한 셈”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본인을 탐구하고 진지하게 고민해 자신의 감정을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53-252-2568.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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