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대구·경북 한 바퀴<27>대구 남구

▲ 대구 남구 앞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대구의 모습.
▲ 대구 남구 앞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대구의 모습.
낡았지만 젊다. 옛스러우면서도 트렌디하다. 도심 속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다.

대구 남구는 상반되는 매력과 가치들이 공존하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대구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남구만의 독특한 감성이 거리 곳곳에 가득하다.

남구의 첫인상은 고풍스러움이다.

광복 직후 부자들만 살 수 있었다는 ‘고래등표’ 한옥을 남구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한옥건축이 금지되자 봉덕동과 대명동 일대 부자들은 양옥을 지어 살았다. 아직도 남구에 유독 마당 있는 단독주택이 많은 이유다.

고풍스러움을 곱씹다 보면 어느새 ‘힙’한 감성이 새어 나온다.

거리를 가득 메운 노포맛집부터, 전국에서 가장 트렌디한 카페까지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대구의 허파 앞산은 젊은이들의 등산 패션 일번지로 불린다.

한때 부자 동네로 유명했던 남구는 장기간 경제침체를 겪으며 그 명성을 수성구로 넘겨줬다. 하지만 최근 재개발·재건축 붐과 함께 즐길 거리 가득한 살기 좋은 동네 남구로 다시 떠올랐다. 남다른 남구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자.

▲ 앞산에서 내려다 본 대구의 모습.
▲ 앞산에서 내려다 본 대구의 모습.
◆화산폭발로 탄생한 대구의 허파, 앞산

연간 1천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앞산은 분명 팔공산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명산이다.

앞산은 대구의 남쪽을 감싸는 해발 660m의 산으로, 대구 도심에 맑은 공기를 공급하는 허파와도 같은 곳이다.

대구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앞산이 화산폭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를 것이다. 약 7천만 년 전 화산폭발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깎이고 남은 앞산은 화산암의 한 종류인 안산암으로 이뤄져 경사가 매우 급하게 나타난다.

앞산에는 굵직한 일곱 개의 골짜기가 있다. 앞산 동편의 고산골을 시작으로, 강당골, 삼정골, 큰골, 안지랑골, 무당골, 매자골이 바로 그것이다. 앞산의 골짜기에서 흘러나온 물은 앞산 자락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했다.

▲ 대구시민들의 걷기 좋은 힐링코스인 앞산자락길.
▲ 대구시민들의 걷기 좋은 힐링코스인 앞산자락길.
용두산 장암사에서 달비골까지 이어지는 앞산자락길은 기존 등산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지녔다. 앞산순환도로에서 산 쪽으로 100m가량 거리를 두고 경사도가 낮은 지점들을 평평하게 이어 편안히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됐다. 메타세콰이어길, 맨발산책길, 이팝나무길, 호국선열의길, 꽃무릇길, 소원성취길 등 6개 구간으로 힐링하기 좋은 도심형 산책코스다.

◆대구 어린이들의 핫플레이스, 고산골공룡공원

주말이면 어린이 동반 가족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이곳은 바로 고산골공룡공원이다.

▲ 앞산 자락에 위치한 고산골공룡공원의 모습.
▲ 앞산 자락에 위치한 고산골공룡공원의 모습.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앞산에는 곳곳에서 중생대 백악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공룡 발자국이다.

고산골공룡공원에서는 실제 크기의 움직이는 공룡 조형물, 화석 발굴 모래 놀이시설과 더불어 공룡해설사와 함께 공룡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도 메타세쿼이아, 은행나무, 고사리 등 중생대부터 나타난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생태학습장 혹은 가족 단위 나들이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전망 맛집, 앞산전망대&케이블카

앞산은 대구 도심 속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데다 산책로·등산로가 완비돼 많은 시민이 찾는다. 앞산 큰골을 따라 15분가량 올라가면 정상까지 손쉽게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멀지 않은 곳에 대구 전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앞산전망대가 있다. ‘ㄷ’자 형태의 앞산전망대는 현재 연말까지 재단장 공사가 한창이다. 새로운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앞산전망대를 기대해보자.

▲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앞산해넘이전망대. 노을 명소로도 유명하다.
▲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앞산해넘이전망대. 노을 명소로도 유명하다.
노을 명소 앞산해넘이전망대는 최근 대구의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13m 높이의 타워와 243m 길이의 경사로로 구성된 앞산해넘이전망대는 앞산 빨래터 공원의 역사와 상징을 담아 빨래 짜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전망대에 이르는 경사로가 완만해 앞산의 절경과 주변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시간·풍경이 흐르는 배나무샘골

배나무 리(梨)자와 내 천(川)자를 쓰는 이천동은 지금의 수도산 밑에 배나무가 많았고, 그 아래에 맑은 샘이 솟아난 데서 유래됐다.

▲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거리 출발점.
▲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거리 출발점.
지명처럼 이천동은 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이천동에 있는 옛 삼봉산은 예로부터 물과 관련된 산이었고, 근래에 와선 수돗물을 공급하게 되면서 수도산으로 불렸다. 수도산에는 근대건축물 양식을 엿볼 수 있는 숨은 명소인 대구 최초 상수도 시설 대봉배수지가 있다.

수도산 자락에서 전통사찰 서봉사와 99계단 벽화마을을 지나면 이천동 고미술거리에 다다른다. 서울 인사동 거리처럼 고미술거리에는 문화재 매매업소가 모여 있어 선인들이 사용하던 민속품, 고가구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적산가옥, 한옥카페, 이인성 벽화거리 등 이천동 동네 한 바퀴를 거닐며 골목 곳곳에 심겨진 대구만의 감성을 더듬어 보자.

◆노포부터 인스타 맛집까지…미식투어

남구에는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먹을거리로 가득하다.

▲ 앞산맛둘레길 시작점.
▲ 앞산맛둘레길 시작점.
앞산맛둘레길은 1950년 앞산공원이 개발되면서 등산객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이 하나둘 생겨난 데서 유래했다. 현재 현충삼거리에서 앞산빨래터공원까지 1.5㎞ 남짓한 길을 따라 크고 작은 음식점들이 둘레길을 이루고 있다. 30~40년에 이르는 노포집부터 트렌디한 레스토랑까지 앞산맛둘레길에서는 앞산 경관과 함께 맛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곱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남구의 별미다.

▲ 대구 남구 안지랑곱창골목은 전국 5대 음식테마거리,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전국적인 관광 코스이다. 사진은 안지랑곱창이 구워지고 있는 모습.
▲ 대구 남구 안지랑곱창골목은 전국 5대 음식테마거리,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전국적인 관광 코스이다. 사진은 안지랑곱창이 구워지고 있는 모습.
타지에서 더 유명한 안지랑곱창골목은 1979년 안지랑시장 충북식당을 시작으로 현재 50여 곳의 곱창집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표 먹거리다. 5대 음식테마거리,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전국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도 찾는 대구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대명9동 일원 주택을 리모델링한 레스토랑, 아기자기한 개인 카페가 모여 있는 앞산카페거리는 식사와 커피, 디저트는 물론 봄에는 새하얀 벚꽃, 가을엔 은행나무 가로수, 겨울 크리스마스 거리조명 등 계절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커플 데이트 명소로도 유명하다.

◆1년 내내 풍성한 남구 축제

‘대구앞산축제’는 1987년 전국 구 단위로는 처음 열린 유서 깊은 축제다. 봄 소풍의 향수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대구앞산축제는 거리행진, 펫 퍼레이드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공연과 퍼포먼스, 참가자 체험부스 등 풍성한 프로그램을 갖췄다.

▲ 2019년 대구 남구에서 대구앞산축제 퍼레이드가 진행 중인 모습.
▲ 2019년 대구 남구에서 대구앞산축제 퍼레이드가 진행 중인 모습.
대구핼러윈축제는 미군 건축물, 미군기지, 공동묘지터 등 남구의 독특한 배경과 핼러윈을 결합, 매년 10월 마지막 주 주말 앞산카페거리 및 안지랑곱창골목에서 열린다. 핼러윈 퍼레이드, 핼러윈 코스튬 대회, 각종 문화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젊은 층에 특히 인기가 높다.

▲ 대구핼러윈축제 핼러윈 코스튬 대회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대구핼러윈축제 핼러윈 코스튬 대회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여름 밤의 문화 행사 ‘신천음악버스킹’은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세대·공간·장르를 아우른 버스킹 공연을 선사한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시원한 신천 강바람을 맞으며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한여름 밤의 추억을 만들어보자.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