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발행일 2021-08-26 14:19:0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분위기다. 지방소멸과 지역경제 장기침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될 만큼 힘든 시대를 사는 지방정부나 지역민들에게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당장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점에서 반갑고도 민감한 이슈다.

그러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정치적 이해가 맞물리면서 정부의 공식 발표가 수년째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데다, 이미 완료된 공공기관 1차 지방이전에서 알 수 있듯 건물만 덜렁 옮겨놓아서는 기대 만큼의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결국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해소라는 원래 취지를 살리려면 유의미한 수준으로 지방으로의 인구유입 대책이 계획 수립 단계부터 마련돼야 한다. 현실은 직원과 그 가족들의 지방 이주를 강제할 수도 없고, 지방의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늘려줄 거란 예상도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으며,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함께 기대했던 관련 기업들의 지방이전도 성과가 미미하다.

얼마 전 포항시, 구미시, 상주시, 문경시 등 경북지역 4개 도시는 경남, 충남·북, 전남의 5개 도시와 함께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에 공동 협력하기로 하고, 첫 활동으로 서울 중심지에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촉구하는 광고물을 실었다.

홍보 활동과 함께 이들 9개 도시는 특히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처음부터 정주 여건과 규모의 경제 등을 고려해 계획이 수립돼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지방거점도시 중심의 이전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지역배분이라는 형평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이미 정부의 자체 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다.

감사원의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지역) 보고서를 보면, 1차 공공기관 이전 결과 5만1천700명(2019년 12월 기준)이 지방으로 이주했지만 그 가운데 독신, 미혼을 제외한 가족 동반 이주율은 전체 평균 51.4%에 그쳤고, 나머지는 수도권에 그대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국 지자체 인구정책 담당자 245명에게 물은 ‘혁신도시로 인한 소속 도시의 영향 여부’ 설문에서는 지역 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 영향 있다’는 응답이 68건(41%), 혁신도시 인접 지역의 인구 유출 등 ‘부정적 영향 있다’가 44건(26.5%), ‘아예 영향이 없다’가 68건(41.0%)이었다.

국토부의 ‘2021년 상반기 혁신도시 정주환경 조사’에서도 인구유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확인된다. 대구 신서혁신도시의 경우 인구가 약 1만8천700명으로 목표인구(2만2천 명)의 85% 수준이었고, 김천혁신도시 역시 목표인구 2만7천 명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84.1%)으로 조사됐다.

당연히 이런 문제들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수도권의 논리가 돼선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균형발전과 지방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드러난 문제들을 극복할 만한 수준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 하나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앞두고 정부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점은 지방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화 문제이다. 지방에서는 상생 측면에서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기여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 자료(2020년 12월 말 기준)를 봐도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인재 채용률이 34.5%, 김천 혁신도시가 27.6%에 그친다. 또 지역물품 구매와 지역금융기관 이용률 등 체감도 높은 경제활동에서도 지방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대구 혁신도시 상인들의 ‘주말에 사람 보기 힘들다’는 하소연은 실제로 빈말이 아니다.

요컨대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은 꼭 해야 할 국가정책임은 틀림없는데, 이왕 하는 거라면 이런 현지의 문제들을 수렴해 정책 추진을 하라는 것이다. 근래 민주당 일각에서 들리는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과 함께 대기업 본사의 지방이전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그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귀에 쏙 들어오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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