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3㎜ 구멍에 빛 흘러나와…마치 공간에 온 듯 입체감 선사해

▲ 최수환 작
▲ 최수환 작
▲ 최수환 작
▲ 최수환 작
원하는 이미지를 찍고, 흑백으로 바꾼 뒤 인화한다. 인화한 사진을 래미네이터 판에 붙인다. 음영에 따라 0.35~3㎜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뚫는다.

구멍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50원 동전 크기 이상의 구멍은 없다. 언뜻 보기에 최소 샤프심 크기부터 이쑤시개 크기다. 이러한 크기의 구멍을 내는 과정은 계속된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작업은 이어진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개월 동안 수만 개의 구멍을 만든다. 이러한 천공이 모여 음영은 짙어지고, 그림은 완성된다.

본격적인 작업은 이때부터다. 오랜 시간을 거쳐 수만 개의 구멍을 뚫은 사진 작품 뒤, 섬세하게 빛 조절을 한 LED를 부착시킨다.

이는 매우 민감한 과정으로, 강렬한 LED는 필라멘트 전구와 달리 컨트롤러를 부착하는 등 빛 온도를 알맞게 조절해야 한다.

전기를 연결하는 순간 수만 개의 구멍 뒤에서 빛이 흘러나온다.

마치 그 공간에 있는 듯 입체감이 나타나는 3D와 같은 작품이 된다.

이 모든 과정은 경주 출생의 최수환(49) 작가의 작업 탄생 과정이다. 대부분 100호 이상의 대작들로, 1개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평균 5개월 가량 소요된다.

▲ 최수환 작
▲ 최수환 작
▲ 최수환 작
▲ 최수환 작
최 작가는 한 땀 한 땀 그의 노고가 깃든 이 모든 과정이 힘들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는 “천공하는 작업이 모두가 힘들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힐링 포인트”라며 “이 과정은 명상의 시간이며 잡념을 없애는 수련의 시간이다”고 말했다.

최수환 작가가 이러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유년 시절 유달리 기계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이다.

전기와 관련된 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 재미를 느낀 그였다. 취미에 그쳤고, 드로윙 작업을 해오던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우연히 손목을 다치며 붓질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당시 바늘과 종이가 눈에 띄었고, 바늘로 검은색 종이를 뚫고 조명에 비춰본 후 전율을 느꼈단다.

이후 손은 나았지만, 이 작업을 놓지 않았다.

16년가량 작업을 이어왔고, 그만의 기술이자 소재가 돼 ‘천공 작업을 하는 작가’, ‘라이트 아트(Light Art), 드로윙, 조각 작가’로 알려졌다.

그의 최근 작품은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자연을 소재로 한다. 이는 그 공간에 와있는 듯 입체감과 현실감을 더한다. 인공의 빛으로 수없이 뚫은 구멍을 통해 실제 햇볕과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착시 효과를 준다.

작품을 보는 순간만큼이라도 관객들이 편안함과 명상의 시간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또 작가는 결국 이러한 과정 속 우리가 사물의 겉만 보고 판단하거나 보고 싶은 것 만을 보는 것은 아닌지, 즉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고자 한다.

10년 만에 대구를 찾은 최수환 작가의 전시는 오는 10월3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4개의 작품은 모두 미발표 신작이다.

그는 “예기치 않은 사고가 작가 생활에 돌파구가 돼 변환점이 됐다”며 “고향과 다름없이 친근한 대구에서 국내 유일한 전시를 개최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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