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힘, 청년예술가 〈10〉 이승희 설치미술가||대구지하철참사 11주기 추모 전시

▲ 이승희 설치미술가
▲ 이승희 설치미술가
▲ 사회적 버튼(Thumbs Signal).
▲ 사회적 버튼(Thumbs Signal).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작가’. 설치미술가 이승희(34·여) 작가를 향한 말이다.

그는 현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상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선정돼 가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전시다.

당시 전시에서 그의 작품 ‘사회적 버튼’이 큰 주목을 받았다. 엄지를 아래로 보게 만든 작품으로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고용률, 미세먼지 등 사회문제에 대해 시민의 입장에서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평가다.

이승희 작가는 “모든 예술에는 자유가 있다. 그게 예술이 재미있는 이유”라며 “하고 싶은 말을 작품을 통해 드러낼 수 있어야 하고,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더라도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대구지하철참사 11주기를 추모하는 전시에서 이승희 작가가 무연고자 6인에 대한 작업을 선보였다.
▲ 대구지하철참사 11주기를 추모하는 전시에서 이승희 작가가 무연고자 6인에 대한 작업을 선보였다.
그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전시는 2014년 대구지하철참사 11주기를 추모하는 전시였다.

작가는 대구지하철화재 참사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무연고자 6인에 대한 작업을 다뤘다.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 어려운 숙제였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업”이라며 “하지만 남은 사람들이 이에 관해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약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관련 조사, 유가족들과 함께 지속적인 세미나를 가지며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이 때 진행한 작업은 그가 작가의 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던 촉매제이자 돌파구 역할을 했다. 그가 오래도록 찾고 헤맸던 작업의 방향성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 이후 그의 작업 방식은 완전히 변화하게 된다.

당시 영남대 회화과를 재학 중이던 작가는 졸업과 함께 동대학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더욱 폭넓고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유학길에 오른다.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오로지 작품에 대한 열정 하나로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영국으로 떠났다.

낯선 곳에서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 등 숱한 어려움과 아픔이 있었지만 당당하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슬레이드 미술대학 미디어과 석사과정을 마친 작가는 2019년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울산이 고향인 그가 대구로 오게 된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라고 했다.

그는 “지하철 참사가 나에게는 큰 계기가 돼 대구로 돌아왔다”며 “가시화되지 않은 것에 대한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어서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보다 내면에 스며든 작품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업을 하기 위한 선택이다”고 했다.

▲ 집(Zip).
▲ 집(Zip).
▲ 어울아트센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전에서 설치된 전시 작품 집(Zip)
▲ 어울아트센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전에서 설치된 전시 작품 집(Zip)
이승희 작가는 다음 달 11일까지 열리는 어울아트센터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전에서 설치 작품 ‘집(Zip)’을 선보였다.

작가가 직접 통나무를 깎고 다듬은 배와 집이다. 바퀴가 달린 나무배를 타면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집에서 마주한 것은 현재 도시의 풍경을 담고 있는 영상이다. 현대인의 집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과 욕망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배는 현대인의 소유욕과 동일시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승희 작가는 “결국 작가도 경험이나 외부적 요인을 토대로 자신이라는 필터를 거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편집해내는 사람”이라며 “작가의 생각으로 던져놓은 미끼들을 통해 다양한 문제들을 낚고 나아가 자기 생각을 사유 할 수 있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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