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 감상문

발행일 2021-08-03 14:51:0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쥴리 벽화로 나라가 시끄럽다. 호기심이 발동해 인터넷으로 벽화를 찾아봤다. 벽화 좌측에 금발 미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글씨가 줄을 바꿔 크게 써져 있다. 벽화 우측에 꽃 두 송이를 덮고 있는 빨간 하트와 이를 관통하는 칼이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제목을 감싸고 있고, 여러 개의 별들이 그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그 옆에 연도, 성씨와 직업을 한 세트로 이름만 생략된 명부가 일곱 행으로 나란히 명기돼 있다.

쥴리는 윤석렬 전 검찰총장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가 쥴리로 불리는 사연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듯하다. 소셜미디어와 언론에서 광범위하게 다뤄진데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진화하고자 시도했기 때문이다. 영부인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점이 벽화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이러한 사실은 벽화 주인도 알고 지나가는 사람도 다 안다.

쥴리가 김건희 여사여야 벽화 그림과 그 부가된 글 내용이 비로소 의미를 갖고 일목요연하게 연결된다. 쥴리의 꿈이 영부인이라는 것이 벽화의 주요 메시지다. 우측의 그림은 쥴리의 이성편력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두 송이 꽃은 주인공이 여성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칼은 남성의 심벌이다. 칼이 하트를 관통하고 있는 그림은 벽화의 주인공 여성이 상대 남성과 성관계를 하고 있는 상징적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별은 클라이맥스를 의미하는 일반화된 만화적 기호로 볼 수 있다.

하트 옆에 나열된 일곱 줄은 쥴리가 사귀었던 상대 남성의 개략적 신상으로 짐작된다. 그 연도와 성씨, 직업까지 명시함으로써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실하다는 믿음을 주려는 듯하다. 대략 10년간 일곱 명의 남성을 섭렵했던 쥴리가 전도양양한 검사와 결혼해 이제 영부인이 되려한다는 스토리다. 그건 꿈일 뿐이니 꿈에서 깨어나라는 함의가 읽힌다. 이 정도면 이 벽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뜻을 적나라하게 다 드러낸 셈이다. 벽화 감상을 하고 다시 보면 벽화의 취지와 목적이 쉽게 와 닿는다. 대선가도를 달리는 사람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 반대로 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선 후보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마땅하다. 후보 본인의 경우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검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배우자에게도 똑같은 검증이 요구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현실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 공인이라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만 그 한계는 있다. 그 후보자와 일심동체로 생활한 결혼 이후의 기간만 검증대상이다. 그 이전은 관리 한계를 벗어난, 전혀 관련 없는 시기이다.

쥴리의 과거사나 김건희 여사의 쥴리 여부는 프라이버시다. 흥미롭긴 하지만 공개적으로 폭로할 성질은 아니다. 사생활은 보호 받아야 할 헌법적 가치다. 남녀 간의 은밀한 연애경력을 공개적으로 파헤치는 것은 인권유린이고 인격살인이다. 결혼은 사랑을 바탕으로 당사자가 결정한다. 연애 과정에서 감추고 속이는 부분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떳떳하지 못한 일이지만 당사자가 사랑으로 극복하면 그만이다.

쥴리 벽화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 대 명예훼손과 사생활 보호의 대립구도다. 표현의 자유는 보호 받아야 할 가치이나 타인의 명예와 프라이버시를 침범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보장된다. 쥴리 벽화는 법률가가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정인의 대선가도를 방해할 의도가 드러나는 만큼 표현의 자유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공연히 사실 혹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했다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 자신의 뜻을 벽화로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갖지만 그것이 타인의 권리를 해친다면 그 표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결혼 전의 사생활을 폭로할 권리는 그 누구도 없다.

아무리 대선 후보 검증이 중하다지만 한 여인의 소중한 삶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당락을 떠나 상처받은 마음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터다. 그 근저에 깔려있는 여성에 대한 시각은 용납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 편견이다. 결혼 전 연애사가 여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사고방식은 폐기해야 할 쓰레기다. 부끄럽고 한심하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많이 본 대구뉴스

많이 본 경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