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 표정 하나까지 생생하게 느껴졌어요”…연극 ‘소년이 그랬다’ 호평일색

발행일 2021-08-03 10:03: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0년 만에 돌아와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첫선 보인 청소년극

배우들의 1인 2역 돋보여…청소년, 형사 역할 교체돼 흥미 돋궈

청소년 공포, 불안 등 느끼는 독백 인상적…관객 박수로 화답

국립극단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가 지난달 30일 오후 8시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열렸다. 용지홀 무대 뒤 설치된 또 다른 공연장에 관객들이 관람석을 메운 모습.
국립극단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가 지난달 30일 오후 8시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열렸다. 용지홀 무대 뒤편에 설치된 무대.
“소극장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숨죽여 배우들의 연기를 코앞에서 지켜보는데 전율이 흘렀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10년 만에 돌아와 대구에서 첫선을 보이는 국립극단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는 12세 이상의 청소년부터 대학생 등 세대를 불문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공연장 입구에 들어섰지만, 관람석은 텅텅 비어있었다. 무대까지 한참의 걸음을 옮긴 뒤에야 무대를 지나 놓인 또 다른 무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대공연장 바로 뒤에는 15평 남짓한 ‘공사장’ 콘셉트의 무대가 설치돼 있었고, 이곳에는 사다리와 안전가드레일 등 소품만이 놓여있었다.

무대를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양쪽의 관람석에는 150여 명의 관람객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블랙박스’형 무대는 암전이 됐고, 가장자리에 위치한 기타와 드럼의 강렬한 비트의 음악 소리와 함께 공연은 시작됐다.

조명이 켜지는 순간 이문식(상식, 정도 역) 배우와 남수현(민재, 광해 역) 배우가 등장했고 객석에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이들은 15살 청소년이 사용하는 언어와 유행하는 브랜드 등을 활용했고, 10대 특유의 활발함과 대담함을 강조하기 위해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기도 했다.

스토리는 집중도를 높였다. 중학생인 이들은 장난삼아 육교 위로 올라가게 되고, 그들을 괴롭혀왔던 폭주족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장난삼아 돌을 힘껏 던진다.

하지만 지나가던 운전자가 돌을 맞게 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10대 연기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이문식이지만 현실은 중년층으로, 다소 민망해하는 듯한 연기도 보여 관객들의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특히 배우들의 1인 2역이 돋보였다. 사망한 운전자의 사고 소식을 접한 형사들이 청소년을 쫓게 된다.

형사 역을 맡은 배우들은 취조실과 법원 등 공간을 넘나들며 청소년에게 공포감을 조성하지만, 그 순간 두려워하는 청소년 역도 소화한다.

역할이 교체된 첫 장면에는 집중이 흐트러지는가 싶었지만 이내 배우들의 목소리와 의상, 연기력으로 충분히 역할을 소화했고 금세 집중도를 높였다.

지난달 31일 오후 1시30분 ‘소년이 그랬다’ 공연이 끝난 후 김우진, 윤동원 배우와의 만남이 진행됐다.
끝으로 연극이 흘러갈수록 청소년들의 연기로 몰입도는 고조됐다.

10대 청소년들이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말 못할 공포감과 두려움과 갈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독백은 인상적이었다.

이문식이 관객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관객을 애절하게 했다.

연극은 열린 결말로 끝이 났다.

촉법소년으로서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끝내 죽은 운전자의 가족의 슬픈 눈빛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순식간에 70분가량의 공연이 흘러갔고, 쉴 틈 없이 달려온 배우들의 몸과 무대는 땀으로 젖었다.

관객들은 인사를 하는 두 배우를 향해 환호 소리와 함께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관객 이미경(55·여)씨는 “배우들이 단 몇 초 만에 2개의 역할을 소화하는 모습과 그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려고 하는 것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돌아온 ‘소년이 그랬다’ 공연은 지난 주말 열린 4회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연극을 기획한 남인우 연출가는 “10년 전에는 청소년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이번 무대에는 세대가 다양해졌다. 청소년기를 겪은 어른, 청소년 같이 보면서 같은 사건을 두고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지 봤으면 좋겠다고 많이 느꼈다”며 “가장 뜨거운 도시인 대구에서 공연을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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