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이야기」 (문학의 전당, 2011)
파리는 모기, 바퀴벌레와 함께 3대 해충으로 꼽힌다. 그만큼 귀찮고 성가신 벌레다. 촘촘히 난 몸과 다리의 잔털에 수많은 병원균을 묻혀서 사람들에게 옮긴다. 거의 모든 사람이 파리를 싫어하는 것은 시공을 초월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 연유로 파리의 구제나 박멸은 인류 공통의 과제로 지속적으로 연구돼 왔다. 아직도 지구는 파리 천지다.
파리가 싹싹 빌 때 때려잡아야 한다는 말이 대박을 터트렸다. 조국 전 장관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때문이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 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파리가 앞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이다.” 사죄할 때 반대파를 멸절시키자는 점, 부인할 수 없는 내로남불의 증좌로 조롱거리가 된 점 등 그 취지나 정치색을 사상한다면 이는 핵심을 잘 잡아낸 절묘한 비유다. 허나 이 경우의 파리는 나쁜 해충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에 여전히 갇혀있다.
시인이 파리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에 주목한 점은 새롭고 놀랍다. 인간이 본 받아도 좋을 품성을 인류의 공적이라고 손가락질해오던 해충 파리에게서 찾아낸 것이다. 밤낮으로 부지런히 겹눈을 손발로 깎은 덕분에 파리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경이로운 발견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가져온 파리에 대한 최악의 부정적 인식을 뒤집은 발상의 전환이다. 해충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희석시킬 실마리를 제시했다는데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인격을 수양하고 실력을 쌓는 일에 사뭇 게으른 사람이 열심히 갈고 닦아 밝은 눈으로 바른 길을 잘 찾아가는 사람을 밴댕이 속으로 질시하고 투기한다. 항상 쉴 새 없이 겹눈을 깎으며 먹거리를 채집할 실력을 기르고 짝짓기에 대비하는 파리보다 나은 게 별로 없는 셈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못났다고 하더라도 파리만도 못하다는 욕을 먹어서야 되겠는가.
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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