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코로나19로 문 닫거나 이용 제한||눈치 보이는 은행보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공간



▲ 28일 오후 2시30분께 대구 중구 반월당역 메트로센터에서 1층 70여 명, 2층 20여 명의 피서를 온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 28일 오후 2시30분께 대구 중구 반월당역 메트로센터에서 1층 70여 명, 2층 20여 명의 피서를 온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경로당마저 문을 닫아 갈 곳을 잃은 대구지역 어르신들이 중구 반월당역, 동구 동대구복합환승센터(동대구터미널)로 몰리고 있다.

어르신들이 몰리는 곳은 교통의 요지면서도 땡볕을 피할 수 있는 좌석이 널려있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일종의 ‘피서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30분께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지하상가 중앙분수대 일원.

메트로센터에는 지하철 및 상가를 이용하는 행인들 그리고 폭염 속 땡볕을 피해 피서 온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메트로센터 1층에 70여 명, 2층에 20여 명의 어르신들은 앉을 데를 찾아 모였다.

이곳 6개의 큰 기둥 아래 둘러져 있는 돌 의자에 어르신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소통의 장을 열었다.

27℃로 맞춰진 실내 온도에 어르신들은 각자 부채질을 했다.

2층에는 휴대용 스피커를 들고 온 한 어르신이 노래를 감상하기도 했다.

김창식(70)씨는 “경로당이 있지만 2차 백신접종자만 이용 가능하며 코로나19로 정원이 50%로 축소됐다. 감염 위험이 도사리는 실내보다는 메트로센터와 같이 탁 트인 자유로운 공간을 더 선호한다”며 “이곳은 소통의 장이다. 만나는 사람들과 안부를 물으며 말을 트기도 한다”고 했다.

이날 부인과 함께 메트로센터를 찾은 최호(79)씨는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메트로센터를 찾는다. 오전 10~11시에 도착해 오후 4~5시에 들어간다”며 “이곳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 점심도 먹고 아이쇼핑도 하며 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같은날 오후 4시께 동대구터미널 1‧3층.

동대구터미널에는 의자가 5~6줄씩 분산 배치돼 있어 어르신 4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떨어져 앉아 있었다.

좌석 한 칸 띄워 앉기 표시가 된 곳은 테이프로 착석을 막아놓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대화는 가로막을 수 없었다. 각자 좌석을 띄운 채 서로 몸을 돌려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3명의 친구과 동대구터미널을 찾은 김모(78)씨는 “복지관이 경로당에 찾아와 밥도 줘서 한때 경로당에 자주 놀러갔었지만 코로나19가 찾아왔다”며 “집에 에어컨이 있지만 좁은 곳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니 머리가 아팠다. 넓은 이곳은 그럴 일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

반면 어르신들이 몰리는 장소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진땀(?)을 빼고 있다. 일부 어르신 중에서는 술을 가져와 취식하기도 하는가 하면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메트로센터 관계자는 “반월당역에 모이는 어르신들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니 어르신들도 방역 수칙을 적극 준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28일 오후 4시께 동대구복합환승센터 1층에서 피서를 즐기러 온 어르신들이 좌석을 띄운 채 서로 몸을 돌려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 28일 오후 4시께 동대구복합환승센터 1층에서 피서를 즐기러 온 어르신들이 좌석을 띄운 채 서로 몸을 돌려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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