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사회 진입 남구, 어르신 친화도시 조성 나서||행정 패러다임 전환, 품격 있는 도시

▲ 2019년 8월 대구 남구청에서 운영하는 푸른가요대학 프로그램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2019년 8월 대구 남구청에서 운영하는 푸른가요대학 프로그램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은 최근 남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재건축·재개발 붐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젊은 인구 유입이 늘면서 혹여나 초고령화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가 무너질까 노심초사다. 2017년 남구는 지역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어찌 보면 불명예스러울 수 있는 기록이지만, 조 구청장의 생각은 달랐다.

조 구청장은 “초고령화사회를 유지해야 사회복지사업에서 국가보조금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면서 “초고령화사회 유지를 위해서라면 타 지자체에서 어르신 수입(?)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넉살을 부렸다.

남구청이 초고령화사회 진입에 발맞춰 행정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어르신 인프라와 일자리 창출 등 어르신 복지 대책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29일 남구청에 따르면 6월 기준 남구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3만4천187명으로 총인구수(14만6천632명) 대비 23.65%에 달한다. 이는 대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8대 특·광역시 75개 지자체 중에서도 8위에 해당한다. 전국 평균은 16.75%다.

남구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구와 함께 도심권역을 형성하던 젊고 활력 넘치던 도시였다.

1990년대 중반 들어 북구 칠곡, 수성구 시지, 달서구 성서·대곡지구 등 외곽지역의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일자리 부족으로 젊은 인구의 유출이 가속화됐고, 도심 공동화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낙후된 구도심으로 몰락했다.

남구청은 시대적 흐름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무리해서 고령화 비율을 낮추기보다 어르신들도 살기 좋은 도시를 조성하기로 했다.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 지난해 8월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이 남구시니어클럽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열린 화수경로당을 방문, 어르신들과 주먹악수를 나누고 있다.
▲ 지난해 8월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이 남구시니어클럽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열린 화수경로당을 방문, 어르신들과 주먹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역 최초로 고령사회팀을 창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구청은 2015년부터 기존 어르신 복지 업무를 담당하던 ‘고령대책팀’의 명칭을 ‘고령사회팀’으로 바꿨다.

고령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대책을 강구했던 고령대책팀에서 고령사회를 인정하고 어르신의 여가, 일자리, 인권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령사회팀으로의 변화는 남구청의 인식 변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구청은 인식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어르신 복지 인프라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복지거점센터가 구 달성교육지원청 부지에 내년 3월 완공된다. 복지거점센터에는 남구노인지회와 시니어클럽이 입점할 예정이다. 어르신 소통과 정보 공유의 장으로 활용된다.

▲ 지난 17일 대구 남구 봉명경로당에서 열린 투척용 소화기 시범훈련에 참석한 조재구 남구청장의 모습.
▲ 지난 17일 대구 남구 봉명경로당에서 열린 투척용 소화기 시범훈련에 참석한 조재구 남구청장의 모습.
어르신 건강정보 등 각종 소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스마트 경로당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어르신 대상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남구시니어클럽은 꽃집 운영, 시니어 바리스타 교육, 행복스팀세차장 운영 등 전문 직업 분야에 고령 세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어르신들의 소득증진과 더불어 인식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늙음은 죄가 아니다. 어르신들도 충분히 사회구성원으로 인정 받고 활약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도시 건설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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