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일(2022년 3월9일)을 7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엘리트관료 출신 세 사람이 유력한 대선주자로 뜨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으로, 이들은 모두 현 정권 아래에서 공직 생활의 정점에 올랐고, 또 정권과의 갈등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선지 세 사람 다 야권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최근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전 총장이 1~2위권, 최 전 원장이 4~5위권을 오르내린다. 대선출마 의사를 밝힌 게 시간상으로 얼마 되지 않았고, 정치권에 기반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급부상은 이상현상으로도 읽힌다.

왜 지금 이들에 대해 대중의 관심과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 것일까.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심리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국가지도자를 감정적 이유만으로 선택할 리는 없을 테고, 결국에는 개인의 품성과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판단의 잣대가 될 것이다.

윤 전 총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하며 승승장구해 검찰총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 사태를 기점으로 현 정권과 충돌, 결국 쫓겨나다시피 하며 물러나야 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공직자 신분이던 때부터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 기세대로라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지금쯤에는 독주 체제를 굳힐 법도 한데 현실은 예상과 달리 여러 악재가 겹치며 외려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정체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여전히 대중은 그에게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으로서의 기대감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조직에 충성할 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2013년 국정감사장 증언은 아직도 대중에게 각인돼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낳은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24대 감사원장에 임명됐지만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 불거진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을 조사하다 정권과 갈등을 빚어 결국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물러났다. 그리고 사퇴 보름여 만인 7월15일 국민의힘에 전격 합류하고 7월26일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지체 장애를 갖고 있던 친구의 손발이 돼 고교 시절부터 사법고시 합격 때까지 함께 한 우정과 두 아들의 입양 스토리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알 수 있는 일화다.

이들에 비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경우 현 정권과의 갈등 부분은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다. 오히려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가 더 잘 알려져 있다. 흙수저 출신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의 청년 시절, 자신의 표현대로 ‘낮엔 은행원, 밤엔 대학생, 새벽엔 고시생’으로 살며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입지전적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세 정부를 거치는 동안 기획재정부, 청와대 등에서 근무하며 기획력과 추진력에서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7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발탁돼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8년 최저임금인상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놓았고, 고용지표 악화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2018년 말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총선,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등 정치이벤트마다 여·야 정치권의 영입 대상 0순위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과 인기는 일시적인 것이고, 또 이것만으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 보장되진 않는다. 정치의 기능이 현실적으로 이해의 조정과 갈등 관계의 통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분야에서 쌓은 탁월한 경력과 개인적으로 훌륭한 품성이 곧 정치 역량으로 평가되길 기대할 순 없다. 결국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대중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세 사람에겐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능력도, 특정 진영만의 시각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너무나 부족했던, 국민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철학도 필요하다. 남은 대선일까지 세 사람에겐 지난한 길이 놓여 있다. 다행히 그 어렵고 힘든 과정을 잘 통과해 낼 수 있다면 그는 2022년 3월9일 국민의 선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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