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힘, 청년예술가 〈9〉 김도경 화가||“1차원적인 솔직한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

▲ 김도경 작가.
▲ 김도경 작가.
▲ 지지시티_58x100cm_목재 라이트박스에 디지털드로잉_2021
▲ 지지시티_58x100cm_목재 라이트박스에 디지털드로잉_2021




“찰나의 순간 대상에 대한 집중을 통한 현실과의 분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아무리 배경이 아름답더라도 주인공으로 전복돼 저의 이목을 사로잡곤 합니다.”

존재하지 않아야 할 공간에 위치한 매력적인 이미지들을 포착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출시키고 있는 김도경(27) 작가는 3년 차에 접어든 20대 중반의 젊은 예술가다.

김 작가는 ‘공간’에 집중한다. 그의 시야 속에서 포착되는 이질적인 요소들에 매력을 느끼고 작업을 한다. 이질적인 요소는 대부분 뜬금없이 놓여 공간에 반전을 주는 사물들이다.

일반인이라면 다소 무섭거나 우스꽝스럽게 느낄 수 있지만 그에게는 모든 것이 작품 소재가 된다.

예를 들어 자연에 놓인 하얀 가구나 동물의 뼈, 사건 현장을 보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아파트 주차장에 놓인 폐차 딱지 등이다.



▲ 네 hp를 모조리 뺏었어야 했는데_31.8X40.9cm_캔버스에 혼합재료_2021
▲ 네 hp를 모조리 뺏었어야 했는데_31.8X40.9cm_캔버스에 혼합재료_2021
▲ 동그라미
▲ 동그라미


그는 수집된 사물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와서 한 화면에 배치하고, 시각화한다.

김 작가는 “현실에서 역할을 다 이행해 버려지거나 만들어진 요소들은 나만의 공간 속에 새로운 위치에서 서로 새로운 관계성과 역할을 수행하며 매력적인 요소들로 변태된다”며 “결국 이질적인 것들은 그만의 취향을 가진 공간 속에서 새롭게 위치해 새로운 역할을 이행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하듯 그림은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이다”며 “그림은 공간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영역으로, 그 공간에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표출할 수 있어 재밌다”고 덧붙였다.

그가 공간과 이질적인 요소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지인의 죽음에서다.

지인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연달아 이어졌고 지인이 살아있을 때 해준 것이 없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돼 ‘공간’을 그리는 그림 작업을 하게 됐다.

타인을 위한 것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나간 것이다.

그는 ‘공간’과 관련된 첫 작품을 2018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 이후 꾸준히 공간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친구의 장례식장을 갔는데 친구가 좋아하는 음료수 1개도 가져가지 않은 나를 보면서 죄책감을 느꼈다”며 “나만이 해줄 수 있는 기원의 방법을 찾다가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모은 공간을 만들자고 생각했고, 그 공간이 그림으로 드러나게 됐다.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고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방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간에 매력을 느끼는 김도경 작가는 다음 달 1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1층 윈도우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인다.



▲ 대구예술발전소 1층 윈도우 갤러리 ‘수창동 스핀오프’ 릴레이전에 놓인 모종 전시장 전경.
▲ 대구예술발전소 1층 윈도우 갤러리 ‘수창동 스핀오프’ 릴레이전에 놓인 모종 전시장 전경.
▲ 첫 번째 이사_162x198cm_캔버스천에 혼합재료_2021
▲ 첫 번째 이사_162x198cm_캔버스천에 혼합재료_2021
전시명은 ‘모종’이며 작품명은 ‘첫 번째 이사’다.

특히 이번 작품은 추상적인 이미지에 가까웠던 이전 작업들에서 변형돼 더욱 구체적인 본인의 취향 공간을 드러낸다.

그는 “전시장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참여하게 됐다”며 “24시간 관람이 가능한 유일한 공간이라는 점과 낮과 밤의 이미지가 다른 부분, 폭이 짧고 층높이와 길이가 긴 공간에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전시해보고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1차원적인 솔직한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작품을 보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으면서, 본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행위가 드러나길 바라서다.

김도경 화가는 “시각적인 것은 미적인 요소이자 꾸미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나 내용을 최대한 간단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굳이 작품을 보면서 교훈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며 “이기적일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좋아하는 것과 기록하고 싶은 것을 거창하지 않게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솔직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는 다음 달 18일부터 9월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밈에서 개인전을 펼치며, 달성현대미술제(9월), 달천예술창작공간 전시전(10월) 등에 참여한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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