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닥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좋은 일은 간간이, 또 따로 오는데 잘못된 일, 특히 불행은 늘 몰아서 온다. 나쁜 일만 연거푸 일어나거나 좋지 않은 쪽으로 일이 꼬여만 가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은 꼭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아 보인다.

대형마트 계산대 앞에 서면 꼭 내가 서있는 줄만 빼고 빨리 줄어든다. 내가 주식을 사면 가격은 떨어지고 팔고나면 오른다. 세차를 하고 나면 비가 오는 등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할 때 머피를 찾는다.

1949년 미국의 한 공군 기지에서는 급감속했을 때 조종사들의 신체 상태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으나 모두 실패를 했다. 나중에 원인을 조사한 결과는 의외였다. 한 기술자가 배선 연결을 잘못하는 사소한 실수 때문이었다. 당시 이 실험에 참여했던 에드워드 머피 대위는 “어떤 일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그 가운데 한 가지 방법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 누군가가 꼭 그 방법을 쓴다”고 결론지었다(두산백과). 머피의 법칙이다.

이와 반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술술 풀리는 현상을 ‘샐리의 법칙(Sally’s law)’이라고 한다. 예상하지도 않은 일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좋은 일만 생길 때 쓰는 말이다. 여주인공 샐리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해리와의 사랑을 이루고 마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에서 유래했다.

시험치기 전날 벼락치기로 봤던 책에서 시험문제가 나왔다거나, 별 생각 없이 가방 속에 우산을 챙겼는데 소나기가 쏟아지는 등 예상하지 않은 행운이 이어지는 경우다.

이들 법칙 외에 ‘줄리의 법칙(Jully’s law)’도 있다는 건 나중에서야 알았다. 행운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간절한 바람과 의지에 의해 이뤄진다는 법칙이다.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바라왔던 일은 현실에서 예상하지 못한 과정을 통해서라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을 말한다. 학창시절 마음속으로 짝사랑만 했던 이성을 훗날 소개팅에서 만나 결혼하게 되는 일을 대표적인 예로 든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분주해졌다. 여야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두 대통령이라는 큰 꿈을 꾸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나라에선 머피의 법칙이 통하는 대통령들이 더 많았다. 큰 이슈는 해결하는 것보다 꼬이기만 하고 임기가 끝나고 정권이 바뀌기 무섭게 감옥행이었다. 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인데 나쁜 쪽으로만 흘러갈까. 왜 우리나라 대통령들에겐 ‘줄리’가 아닌 ‘머피’가 찾아오는 걸까.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자초한 일이다. 그런 대통령도 내가 뽑은 대통령이고,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이다. 결국 대통령에게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은 그 대통령을 뽑은 나의 선택 때문인데 그걸 인정하기는 싫은 거다.

이젠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내년 대통령선거부터는 샐리의 법칙이 적용되도록 해보자.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머피 대통령을 보내고 샐리 대통령을 맞이할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아니면, 줄리의 법칙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다운 대통령, 누구에게서나 존경받는 대통령은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 그런 의지에 의해 탄생한다.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그런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는 줄리의 법칙은 나의 올바른 선택이 있을 때 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머피의 법칙도, 샐리의 법칙도, 줄리의 법칙도 경험법칙이다. 학자들은 머피의 법칙은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것만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머피의 법칙을 샐리의 법칙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간절하게 소망하고 진행하다 보면 그것들이 쌓여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줄리의 법칙으로까지 연결된다.

세상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나쁜 일은 좋은 일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아 머피의 법칙이 탄생한 것일 뿐이다. 선택적 기억을 괜히 징크스로 만들 필요는 없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선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이젠 좋지 않은 일의 연속인 ‘머피 대통령’보다 긍정적 기운이 넘쳐 좋은 일만 생기는 ‘샐리·줄리 대통령’을 뽑을 때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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