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 메가시티 앞당긴다…철도로 하나 되는 대구·경북

발행일 2021-07-25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중교통 부진 속 돋보이는 철도 약진, 매년 성장

도심 교통망 완성할 순환선, 방사형 철도망 파급효과는?

메가시티 앞당길 광역철도, 350만 광역경제권 첫걸음

2030년 대구도시철도 노선 계획도(예상안).
바야흐로 철도 전성시대다. 버스, 택시 등 타 교통수단의 부진과 맞물린 철도의 약진은 돈과 사람, 그리고 기회까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철도가 각광받으면서 대구시민의 삶과 인프라도 철도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시민의 42.7%(약 104만 명)가 역세권(철도역과 반경 500m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남은 이들도 역세권에 살길 희망한다. 부동산 훈풍 속에 시민들은 역사 유치를 위해서라면 민원폭탄, 집회 등 행동도 불사한다. 핌피(PIMFY, 자기 지역에 이익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려는 지역주의)현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철도는 어느덧 삶의 질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대구의 혈맥이자 미래 교통수단이며, 시민의 발로 자리 잡은 철도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해 본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열차가 안심차량기지로 들어가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철도,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떠오르다

대구는 한때 ‘자가용 운전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웠다. 걷기를 싫어하는 대구 특유의 보행 문화와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뛰어난 도로망이 합쳐진 결과였다.

뛰어난 도로망은 되려 대중교통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대구 대중교통의 수송분담률은 2019년 기준 29.2%로 서울(65.0%) 등 수도권과는 비교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시철도를 위시한 철도가 대중교통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1997년 연 수송 인원 290만5천855명(일 평균 8만718명)으로 시작한 대구도시철도는 매년 무섭게 성장하며 2019년 1억6천762만7천796명(일 평균 45만8천254명)을 기록, 22년 만에 567% 성장했다. 같은 기간 다른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버스(8%↓)와 택시(12%↓)가 나란히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이는 결과다. 수송분담률도 2019년 개통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10.1%)를 돌파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지난해 12월 엑스코선의 예비타당성 통과가 확정된 가운데 3호선 혁신도시 연장 노선, 순환선 등 후속 타자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현재 3호선 91개 역사로 운영되는 도시철도는 향후 엑스코선, 혁신도시 연장 노선, 순환선 등이 완공되면 4호선 150여 개 역사 체계를 갖추게 된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문양차량기지에 2호선 열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완성된 도심 철도 교통망…순환선에서 미래를 찾다

대구지역 도심 내 철도 구축계획이 드디어 완성됐다. 2015년 처음으로 등장했던 순환선이 구체적인 실체를 갖고 다시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달 25일 대구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주민공청회에서 엑스코선 등 향후 철도 구축계획 변경(안)을 공개했다.

공청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단연 순환선(트램) 계획이었다.

친환경 신교통수단 트램은 기존 계획인 경전철(AGT)에 비해 건설비용, 유지비 측면에서 최대 50%까지 저렴해 경제성 부분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경제성이 높은 것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 실제 사업추진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상·지하로 유동인구를 분리시킨 지하철과 달리 지상으로 유동인구를 밀집시켜 가로상권 활성화 역시 기대된다. 노면 승하차 방식으로 교통약자의 교통 편의도 확보할 수 있다.

순환선 계획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대구 최초의 방사형(중앙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퍼진 모양) 형태를 갖춘 철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도시철도 1·2·3호선은 모두 도심집중 형태를 띠고 있다. 대구의 인프라가 도심에 집중돼 있어 경제성 확보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만약 부도심에서 다른 부도심으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도심까지 와서 환승을 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녔다. 이는 고스란히 이용객들의 환승 저항으로 이어졌다.

순환선 계획이 완성되면 기존 3곳(반월당, 청라언덕, 명덕)이던 환승역은 10여 개로 늘어나게 된다. 두류역, 만촌역, 고산역 등 새롭게 탄생한 환승 거점들은 고스란히 새로운 부도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올해 개통이 예정된 서대구 KTX역은 동대구역과 함께 지역 교통의 양대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광역교통의 관문 역할에 집중해온 동대구역은 엑스코선, 순환선 등의 연계로 도심 교통의 허브로도 거듭날 전망이다.

교통 소외지역인 서·남부지역 주민 교통편의 증진과 국가산단 등 주변 산업단지 접근성을 높일 대구산업선은 2027년 개통된다. 서대구역에서 대구국가산단을 잇는 36.4㎞ 구간에 정거장 9개소가 들어선다. 순환선과의 연계효과도 기대된다.

내년 예타 도전이 점쳐지는 혁신도시 연장 노선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수성의료지구 및 대구미술관, 대구대공원 등의 개발이 실시설계 단계에 들어간 만큼 부족했던 경제성도 상당 부분 충족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시는 이들 노선이 자리를 잡으면 지역 철도 수송분담률이 수도권과 버금가는 30% 선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 서구 이현동에 위치한 서대구 KTX역 전경. 역사는 올해 하반기 개통된다. 대구일보DB.
◆350만 메가시티 현실로…광역교통망 구축

대구 교통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대구광역철도는 2023년 전격 개통된다. 경부선 구미에서 대구, 경산을 잇는 61.85㎞ 구간에 7개 역사 체계로 운영된다.

광역철도는 대구·경북권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되는 개념이다. 수도권에는 ‘GTX’로 익숙한 광역철도는 광역지자체 간 교통 수요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교통수단이다. 하루 편도 61편가량이 운행될 예정이며, 통합요금제가 시행되면 다른 철도와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하나의 생활권, 도시권, 통근권 등 실질적인 광역경제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광역철도의 영향권인 김천, 구미, 칠곡, 군위, 의성, 대구, 경산, 영천까지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게 된다. 이들 지자체 인구의 합은 350만 명에 달한다. 현재 진행 중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도시철도 역시 대구를 넘어 경북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3년 완공되는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선은 상습정체 구간인 국도 4호선의 교통체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대구역~하양역 간 대중교통 통행시간을 기존 60분 대에서 30분 대로 줄이고, 국도 4호선 교통량도 약 15%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된 영천 연장 노선이 확정되면 인근 경주·포항으로까지 광역경제권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는 1호선 확장으로 대구·경북 지역 경제적 파급효과가 6천94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대구역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연결하는 대구경북선은 공항 이용객 편의 제공 및 지역 거점공항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치권의 노력으로 기사회생한 달빛내륙철도 역시 영·호남 철도네트워크 구축으로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통한 동서 화합과 남부경제권 형성으로 인한 지역균형 발전 등 다양한 파생효과가 기대된다.

영남대 윤대식 교수(도시공학과)는 “대구광역철도의 개통은 대구·경북 메가시티 건설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광역철도의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대구 기존 3개 역사 외에 추가 역사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완공 가능성 글쎄…효과도 의견 분분

대구 교통의 미래로 불리는 순환선과 광역철도지만, 그 실제 추진 가능성과 파급효과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공청회에서 공개된 순환선 시범노선(서측)의 경제성(비용 대비 편익, B/C)은 1.04로 분석됐다. 대구공항~평리네거리를 잇는 순환선 북측 노선의 경제성은 1.03, 순환선 동측 노선 0.89, 순환선 남측 노선 0.75 순이었다.

예타 통과를 위한 경제성의 안정권은 1.0이다.

통상적으로 지자체에서 직접 실시한 용역의 경제성은 도시철도망 포함에 중점을 둬 실제 한국교통연구원 용역 결과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안정권은 분명 아니다.

순환선 사업을 4개로 나눈 것도 사업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다. 1개 노선을 진행할 때마다 예타를 새로 받아야 한다.

방사선 형태가 오히려 도심의 역할을 순환선 안쪽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순환선 안과 바깥의 격차가 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혁신도시, 테크노폴리스, K2 군 공항 후적지, 국가산단 등 대구 미래 성장동력이 대부분 순환선 바깥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노선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완공을 앞둔 4차 순환도로 개통 역시 순환선 노선과 정확히 겹치면서 서로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구광역철도 역시 기존 경부선 무궁화호 노선을 답습하는 만큼 그 파급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규 수요창출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의 광역철도 성공 사례가 없는 것도 이들 부정적 전망을 뒷받침한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수성 연구위원은 “순환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여건 변화를 고려치 않은 노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구의 외연적 확장을 막고, 도심을 영역화시킬 수 있다”면서 “순환선 완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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