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없다. 아니,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없었고, 없고, 없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국력을 키우며 멋진 외교를 하는 것이다. 힘이 없어 외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더 키우기 위해 지혜롭게 외교를 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외교를 못하는 ‘겁먹은 개’가 개라고 해도 그 말귀를 모르고 절망적으로 휘청거리는 것을,/ 흔들리지 않는 척 위장하는 것이다. 지구상에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없다. ‘결이 다른 언어’만 아는 ‘겁먹은 개’만이 흔들림의 흔들리지 않음을 모르고 새벽잠 설쳐대며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흔들리며 미국이 되었고, 일본도 흔들리며 일본이 되었고, 중국도 흔들리며 중국이 되었다.// 지금도 이들은 멋지게 흔들리고 있다….

「대구문학」 (대구문인협회, 2019.12)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일은 흔히 발생한다. 방황하다가 보면 주변의 지형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야 할 길을 찾아간다. 헤매는 일이 무용한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만은 않다. 고난과 역경에 절망할 수 있다. 허나 절망 속엔 희망이 숨어있다. 절망 속에서 무릎 꿇고 주저앉아선 희망을 찾을 수 없다. 굳센 의지로 눈을 부릅뜨는 자에게 희망은 모습을 보인다.

성장기에 몸이 클 때 대부분 성장통을 앓는다. 몸에 나타나는 성장통과 같이 정신적인 성숙에 따른 성장통도 존재한다. 몸과 마음이 아프면서 아이들은 자란다. 아프지 않는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간혹 성장통을 겪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경우엔 몸과 마음이 덜 자란다.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성장의 아픔은 필연이다.

‘흔들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중에서) 바람에 흔들려야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고난과 역경에 맞서야 참 어른이 된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고난과 역경을 당해 회피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응전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없다. 내우외환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내란으로 왕조나 정권이 바뀌기도 하고 외침으로 나라를 빼앗기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단련되고 강해지는 법이다. 혼란은 어지러워 보이지만 안정상태를 추구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외교는 국익을 위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상호 소통함으로써 서로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과정이다. 외교로 갈등을 풀지 못하면 전쟁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 문맥에서 외교는 전쟁과 대체적이다. 외교가 제대로 작동돼야 평화가 유지된다.

외교라고 흔들리지 않을 리 없다. 외교가 잘못되면 국익이 침해되고 때론 전쟁이 발발한다. 잘 되면 좋겠지만 늘 잘 되길 바랄 순 없다. 평화시대만 지속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흔들리는 가운데 외교가 여물고 깊어진다. 한심한 외교 실책을 보면 열불이 나지만 성숙한 외교로 가는 길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지만 방황, 아픔, 흔들림, 실패를 즐기거나 추구하는 자는 없다. 가능하면 최대한 피하고 부득이 만나면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다 흔들린다고 생각 없이 흔들리는 건 우매하다.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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