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Mecenat) 사전적 의미로는 공익사업 등에 지원하는 기업들의 지원 활동이다. 기업들이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일련의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로마제국 초기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마이케나사스(Maecenas)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베르길리우스 등 동시대 시인들을 후원해왔다. 이후 그의 이름은 프랑스로 넘어가면서 ‘메센’으로 변화했고 메세나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메세나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사용된 후 세계 여러나라 기업들이 메세나협의회를 설립하면서 메세나는 기업들의 각종 지원 및 후원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쓰여지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최근 지역 중견 화가의 작품이 병원 대기실과 VIP실 등에 걸렸다. 하루 수백 명의 환자가 다녀간다는 제법 규모가 있는 피부과 병원인데 특이하게도 이 병원은 늘 지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끊이지 않고 전시된다.

햇수로 5년째 이 병원은 지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작가에게 대여하는 형식으로 일종의 초대전을 개최하는데 직원은 물론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40여 년 간 일관되게 십장생 가운데 하나인 돌을 즐겨 그려 온 근석당 남학호 화백 초대전이 열린다. 작가의 근작 20여 점이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기존의 갤러리 전시 때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전시라며 만족해 했다. 아울러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는 바람도 함께 나타냈다.

장소를 제공한 병원은 지역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큰 비용들이지 않고 전시할 수 있으며, 작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될 뿐 아니라 일정한 대여료를 받아 작품활동에 적잖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 같은 작품 대여제는 일종의 메세나 프로그램이다.

병원 뿐 아니라 작품 대여제에 적극적인 기관이나 단체는 여럿 있다.

실제로 대구문화재단과 수성구청은 지역 작가들의 미술작품 대여사업에 적극적이다.

대구문화재단은 최근 회화, 사진, 조각, 공예 등 160여 점의 작품을 공개모집하는 ‘Show Your Art’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시각분야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선정해 200만 원의 대여료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또 대구 수성아트피아도 수성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술작품 대여제를 진행한다. 지역작가의 작품을 금융기관이나 병원, 음식점 등 다중집합시설에 일정 기간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이 사업에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작품 대여비와 도록, 명패제작, 작품 보험 등이 지원된다.

이 같은 미술품 대여제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인 것은 틀림없다.

실제로 작품 대여제에 참여한 한 작가는 시민들에게 작품을 알리는 효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 많은 기관이나 단체, 기업이 메세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참여 기관 확대와 함께 효율적인 전시 공간 확보는 다함께 풀어야 과제다.

전문 갤러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시 공간이 작품 전시를 위한 전문 공간이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 미비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충분한 시야 확보는 무엇보다 필요하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 하는 작품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걸린 그림은 작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작품과 작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아무 데나 걸어둔다고 작품 전시가 되는 게 아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품을 올바로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작가들의 충고는 귀담아 들어야 할 소리다.

여러 어려운 여건에도 흔쾌히 지역 예술가들을 위해 공간을 제공하는 순수한 마음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을 때다.

서충환 교육문화체육부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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