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시 포항 이차전지 메카 변모…경제 지도 새롭게 그려

발행일 2021-07-25 12: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전국 유일 2년 연속 최고등급 ‘우수 특구’ 선정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배터리 분리해체 기술 개발

사용 후 배터리 안정적 유통체계 마련…고가 배터리 소재 수입 대체 효과

사용 후 이차전지 산업화 센터…기업 이차전지 선별 지원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 후 1년여 만에 투자유치 금액 2조 원 넘어

포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포항제철소 전경.


철강도시인 포항이 이차전지(배터리) 메카로 변모하면서 경제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포항은 전통적으로 포스코를 기반으로 한 철강을 중심으로 성장한 만큼 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

철강경기의 호황과 침체에 따라 도시 전체의 경제가 좌우되는 상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해 온 것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안정적이면서 경제위기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포항시는 산업구조 다변화를 가장 큰 도전 과제로 삼고 미래에 무엇을 먹고 살 지에 대한 고민 끝에 이차전지에서 해답을 찾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미래 산업의 쌀’로 주목받는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을 확신하고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이차전지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했다.

이차전지가 메모리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그는 시장 선점을 위해 타 지자체보다 늘 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 같은 노력은 포항시가 2019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국내 지자체 최초로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는 쾌거로 이어졌다.

특구 지정 이후 이 시장은 국내 배터리 관련 회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 탈(脫) 철강 과제는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상황이다.

2019년 7월 경북도청 브리핑실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이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포항이 지정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는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산업단지 2개 구역 56만1천㎡(17만 평)에 지정됐다.

이곳에서는 이차전지 생산 및 리사이클링 기술을 개발한다.

전 세계 400만 대를 돌파한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의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사업이 핵심이다.

전기차 폐 배터리는 열을 받으면 폭발할 수 있고 유독 물질을 함유해 폐기하기 어려운 데다 그간 재사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법과 제도 등 세부 규정과 지침이 미비해 기업이 기술이 있어도 투자를 활발하게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특구 지정에 따라 앞으로 포항에선 폐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과정을 시험해 볼 수 있게 됐다.

관련 업계는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산업 세계 시장이 2050년까지 600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시는 특구 지정을 계기로 단기적 목표는 이차전지 소재산업 종합클러스터인 가속기 기반 차세대 배터리파크를, 장기적으로는 배터리산업 국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편 해당 특구는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자유특구 성과평가’에서 전국 유일 2년 연속 최고등급인 ‘우수 특구’에 선정됐다.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가 들어서는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 전경.
▲이차전지 종합관리 센터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포항 블루밸리국가산단에서 사업비 107억 원이 투입되는 이차전지 종합관리 센터를 착공했다.

올해 하반기 준공 예정인 센터는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특구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센터는 지상 3층 연면적 3천544㎡ 규모로, 배터리 보관동과 사무동, 평가동 등이 들어선다.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하게 분리·해체하는 기술개발과 배터리 팩에 대한 성능 및 안전성 평가, 재사용 및 재활용 등급분류 기준을 마련한다.

포항시는 앞으로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공간(10개)을 임대해 신제품을 개발하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배터리 사용환경을 반영한 개방형 실험공간(Test-Bed)도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환경부는 지난 5월 포항을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구축 사업 최적지로 선정했다.

450억 원이 투입돼 4년 간 추진되는 이 사업은 환경부에서 환경보호를 목표로 중점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클러스터가 구축되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유통체계 마련은 물론 재사용 불가 배터리의 환경적인 처리와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다.

재사용·재제조되는 배터리는 ESS, e-모빌리티, LED가로등의 배터리 시스템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 가격의 약 30% 절감효과가 있으며, 관련 신산업 창출로 지역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또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배터리 소재인 고가의 코발트, 망간, 니켈 추출이 가능해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자원 재활용도 기대할 수 있다.

▲사용 후 이차전지 산업화 센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2030 이차전지 산업(K-Battery)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이차전지 산업과 사용 후 이차전지 등 연계 신산업 분야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대체로 10여 년 간 사용하면 성능이 떨어져 새 배터리로 바꿔야 한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해 성능이 70~80%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폐 배터리로 분류된다.

이같은 폐 배터리는 그대로 폐기하면 환경 오염이 크지만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관련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재사용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고, 재활용은 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인 니켈이나 코발트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폐 배터리 규모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2019년 200만 대, 지난해 250만 대를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5~10년 뒤에는 폐 배터리 규모만 수백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폐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19년 기준 15억 달러(약 1조6천500억 원)에서 2030년 181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로 10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이차전지 산업 육성에 나선 정부 입장에서는 환경 오염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사용 후 이차전지 산업 역시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산자부는 기업의 이차전지 선별(성능‧안전성평가 등)을 지원하기 위해 포항에 ‘사용 후 이차전지 산업화 센터’를 구축한다.

센터는 사용 후 이차전지를 팩이나 모듈 단위로 분리해 기능을 검사하고 재사용이 가능한지를 판단해 선별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결정된 분리 배터리의 경우 다시 조립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이번 센터 유치는 포항의 이차전지 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해 도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중장기 과제로 추진 중인 산업부의 고성능 차세대 이차전지 상용화 기술개발 예타 사업까지 성공한다면 포항은 기존 철강산업에 이어 차세대 이차전지 거점선도도시로서 국가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포항에서 ‘포항 규제자유특구 GS건설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강덕 포항시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이차전지 관련 기업 투자 쇄도

이차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의 4가지 핵심소재로 구성된다.

포항 이차전지 산업은 주요 소재 공장 건립과 중소기업의 투자로 생태계를 갖춰가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8일 포스코케미칼과 이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신설하는 투자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날 협약에 따라 포스코케미칼은 6천억 원을 투자해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 내 12만여㎡ 부지에 연산 6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양극재는 배터리 4대 소재 중 배터리 용량, 즉 한번 충전했을 때 얼마만큼 주행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소재다.

배터리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이다.

양극재 포항공장 유치를 계기로 전구체, 리사이클링, 리튬 등 이차전지 분야의 후속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포항시는 2018년 에코프로와 이차전지 소재 생산,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 신설을 내용으로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냈다.

2019년에는 2천177억 원 규모의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생산공장을, 지난해 초에는 1천억 원 규모의 GS건설 배터리 리사이클 제조 시설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대규모 기업 투자는 중소 배터리 기업 유치로 이어져 현재 포항 블루밸리국가산단에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 10여 곳이 투자를 확정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후 1년 만에 투자유치 금액은 2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폴리텍 대학 포항캠퍼스와 포항대는 내년부터 정규 학과를 신설하면서 이차전지 인재 양성에 들어간다.

이강덕 시장은 “이차전지 소재 생산 공장과 함께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까지 구축하는 등 철강 일변도에서 벗어나 미래 신성장산업 선도기반을 더욱 굳건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이 지난 8일 포항시청에서 경북도, 포항시와 함께 양극재 사업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희수 경북도의회 부의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이강덕 포항시장,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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