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열돔 현상에 따른 폭염이 본격 시작되면서 냉방기 동시 다발적 가동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예비율이 적정선을 밑도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22년 11월까지 가동 예정이었던 월성 1호기를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9년 조기 폐쇄했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완공하고도 15개월 동안이나 운영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허가는 지난 7월9일 겨우 나왔다. 벌써 가동에 들어갔어야 했지만 시운전을 거쳐 내년 3월께나 본격가동이 가능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0일 영남미래포럼에서 신한울 1호기 가동만 제때 허가했다면 전력수급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탈원전 정책의 여파는 이뿐이 아니다. 신한울 2호기, 신고리 5호기 등도 금년 2월 이전 상업가동에 들어가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역시 운영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공기가 연장돼 가동할 수없는 상태다.

올해 7~8월 예상 최대 전력수요는 94.4GW(기가와트) 안팎이다. 그러나 실 공급능력은 97.2~99.2GW여서 전력예비력이 2.8~4.8GW에 그친다. 안정적 예비력인 5.5GW에 못미친다. 전문가들은 발전기 고장 등의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예비력을 10GW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력예비율은 통상 10% 이상을 적정선으로 보지만 이달 마지막 주 예비율은 4.2~8.8%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 여름 전력 수요의 최정점은 8월 중순이다. 수요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력대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정비 때문에 가동이 중단됐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18~23일 순차적으로 조기 재가동한다고 밝혔다. 3기의 원전이 가동되면 예비율은 2% 가까이 높아진다.

공공기관 전력피크제 카드도 빼들었다. 전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낮시간 냉방기 사용을 중단 또는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공공기관 전력피크제는 지난 19일부터 4주간 실시된다. 대구·경북권 적용시간은 오후 2시부터 30분간이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애꿎은 민원인들까지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섣부른 탈원전 정책과 그에 따른 전력수급 판단 착오 때문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재고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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