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기념탑 찾아 지역민 자존심 곧추세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찾았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첫 방문이다.

이날 대구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잇따라 방문한 윤 전 총장은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치켜세우며 집토끼 끌어안기에 힘썼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첫 행선지로 2·28 민주운동 기념탑을 찾아 참배 후 기념사업회 측과 간담회를 갖고 “2·28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대구는 리버럴(자유주의적)하고 진보적 도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수호하는 그런 식의 보수는 이 지역에 전혀 없다”며 “더 기득권을 타파하고 국민 권리가 중시되고 나라 미래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았다. 이날 오후 서문시장에서 윤 전 총장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았다. 이날 오후 서문시장에서 윤 전 총장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윤 전 총장은 간담회에서 ‘대구의 보수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념회 원로의 질문에 “저는 대구·경북(TK)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적이라는 말은 이 지역이 어른을 공경하고 유교문화가 잘 안착돼 있는 곳이라는 뜻이지 어떤 진영에 있어서 보수적이라는 말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4·19 혁명은 2·28 대구 의거에서 시작해 4월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때까지 이어진 일련의 국민혁명이다. 그 시작이 바로 대구”라며 “2·28 정신이 과거의 기억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구 시민·경북 도민 여러분이 전부 힘을 합쳐 산업화를 선도해 온 이 지역이 다시 한 번 법치와 민주화 기반에 입각해 재도약하고 큰 번영을 이뤄야 한다”며 “대구·경북 시민 여러분과 함께 대구·경북 지역이 번영과 도약의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힘껏 뛰겠다"고 약속했다.

또 “우리 국민 모두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 지키기 위해 가졌던, 자부심 가지고 있는 역사, 2·28 의거, 4·19, 5·18, 6·10 항쟁, 이런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국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기억하는 데서 통합과 대타협, 상생과 협력이란 것이 생겨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 전 총장은 대구 정치 1번지 서문시장을 찾아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과 만나 “마음이 안타깝고 아프다”며 고충에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상인연합회 간담회 후 대형 공용 주차장과의 셔틀 연계, 노후화된 시설의 재건축 활성화 등을 거론하며 지역 민원을 꼼꼼히 챙기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 “정치인이 매일 또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조사에 흔들리거나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며 “국민만 바라보는 일관된 정치를 하는 데는 좀 더 의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당 시기와 관련해서는 “정치를 시작하면서 정당을 선택하는 것을 포함해 정권교체를 확실히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 중에 어떤 선택지를 고르는 것 보다는 현장에서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눈으로 보는 과정이 제겐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답을 피했다.

그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나온 ‘120시간 발언’에 여권의 공세가 집중된 데 대해서는 “마치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는 식으로 왜곡한다고 들었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어 방문한 대구동산병원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대구 의료진과 시민들의 노력을 격려했다.

윤 전 총장은 “지금 정권은 K방역으로 정말 덕을 톡톡히 봤지만 K방역을 만들어낸 데가 바로 이 장소 아닌가”라며 “정말 동산병원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대구의 많은 의료진분께서 다 모여 코로나 치료와 확산 저지에 애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확산이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며 “이 지역민들이 자부심 가지고 애를 많이 썼다. 티도 안 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해주신 데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초 논란이 된 ‘여권발 TK 봉쇄 발언’을 언급하며 “철없는 미친 소리”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국가 지도자로서 어려운 결단을 잘 내렸던 건 맞다”며 “누구도 하지 못했던 공무원 연금 개혁 등의 문제들은 존중받을 만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윤 전 총장이 가는 곳마다 지지자들과 극우 성향 보수 유튜버들이 몰려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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