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해야 선진국

발행일 2021-07-19 14:10:3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직원을 채용할 때 사람의 됨됨이를 살펴본다. 바른 판단을 위해 자기소개서도 보고, 토론을 시켜보기도 한다. 경력을 보고 이전 근무처나 주변 평판을 물어볼 때도 있다. 나랏일 하는 사람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음주 운전 여부도 살피고, 현 정부에서는 다주택자 인지도 본다. 이런 절차와 규정이 있어도 사람에 따라 적당히 넘어가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데 가장 엄격하게 봐야 할 대통령 비서실 반부패 비서관에게는 슬그머니 넘어갔다. 또 대학 휴학생도 1급 공무원이 됐다. 인사의 기본은 형평과 공정이다. 이를 무시하면 꼭 탈이 난다.

관광의 꽃이라 불리는 국제회의 중 근래에 가장 크게 열린 것이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다. 대통령의 개회사 직전에 상영된 개최지 소개 영상에 뜻밖에도 평양시가지가 비춰졌다. 그리고 며칠 안 돼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을 소개하며 그 나라 국기가 아닌 독일 국기를 올렸다. 모두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해하기 힘들다. 1979년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 1981년 미주여행업협회(ASTA) 총회도 당시에는 가장 큰 국제회의였다. 100여 개국 대표들이 참가했는데 각 나라마다 국기, 관습 등을 일일이 챙겨주자 그들은 크게 만족했고 대한민국을 다시 보게 됐다. 하물며 40년이 지나 선진국이 된 나라의 최고 기관 행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기본이 안 된 탓이다.

정부경영평가 결과가 잘못돼 다시 통보하는 일도 벌어졌다. 공기관의 경영평가는 기관의 존폐와 임직원의 급여에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다. 하위 등급인 D나 E를 받으면 기관 경고에다 다음해 예산도 깎이고 경영진의 퇴진까지 거론된다. 물론 임원들의 인센티브는 없고, 직원들도 대폭 깎인다. 반면 A를 받으면 두둑한 봉투가 기다린다. 그렇다보니 공기관은 매년 3~4월이 되면 평가에 집중한다. 전담부서를 만들기도 하고, 좋은 결과를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그런데 몇 기관의 결과가 일부 누락돼, 등급이 뒤바뀌어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한편 LH는 토지 매입 부정이 행해진 지난해 A등급을 받았다. 평가자는 뭣을 보고 했는지 한심스럽고, 집계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기본이 안 된 곳이 너무 많다.

정부의 집합금지·영업제한으로 경제적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돼 지난 7일 공포됐다. 법률은 3개월 후부터 시행되지만, 부칙에서 공포일 이후 생긴 손실부터 보상한다고 규정했다. 그렇지만 1년 간 문을 닫았더라도 소급 적용은 못 받게 됐다. 한편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원씩 나눠주려다가, 전 국민으로 확대 하겠다더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혼란스럽다. 영업제한으로 손실보상금이 늘어나게 되면 국민에게 나눠 줄 돈이 부족하다느니, 소상공인만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이럴 때는 원칙과 기본에 따르면 된다. 국가의 행정명령에 따라 생긴 손해는 반드시 보상돼져야 하고, 국민에게 나눠줄 지원금은 꼭 줘야할 의무는 없다. 혹 예산이 부족하면 다음해에 지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슬쩍 떼먹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코로나19 대응도 단편적이고 일방적이다. 백신 접종률이 예상보다 높아지니까 1차 접종자는 실외에서 노 마스크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다가 4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수도권은 저녁 6시 이후에 2인까지만 만날 수 있고, 야외 활동도 인원이 제한됐다. 이에 백신 접종을 기다리던 55~59세 352만 명은 12일 백신 예약을 하는데 갑자기 오후 3시 반에 중단됐다. 입고량 80만 명 분보다 많은 186만 명이 몰렸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제약사와의 비밀 준수 때문에 물량과 일정을 밝힐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전에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니 일찍 끝날 수 있고, 예약 못한 사람들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미리 알려줘야 했다. 이런 비난이 일자 이틀 후에 다시 예약을 재개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니 답답하다. 또 야외와 실내의 감염 위험률도 알려주고 지시도 일관성이 있어야 된다. 선진국 국민은 의무를 지키지만 불합리하면 이의를 제기한다. 무조건 하란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선진국이다.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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