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창업

발행일 2021-07-18 15:49:0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평화로이 흐른다. 간간이 내리던 비가 그치자 산천에 생기가 가득하다. 코로나가 아무리 끊이지 않고 다시 4차 유행이라며 몰려와도 자연은 변함없이 언제 어디서든 여유로운 마음으로 느긋하게 살아보라고 이르는 것 같다.

며칠 만에 들른 텃밭에는 어느새 잡초가 다시 자라나 점령해버렸다. 저마다의 꽃을 달고서 이번에는 꼭 천수를 누리리라 다짐한 듯 아름다운 세상을 연출한다. 키 높이로 자란 잡초 사이로 탐스럽게 매달린 복분자가 고개를 내밀어 손길을 기다린다. 여기저기서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텃밭에서 자수성가한 아이들이 자주 오라고 아우성친다. 언젠가 휴양지 발리에서 만난 고수의 향이 너무 좋아 얻어다 심은 게 하얀 꽃을 달고 바람에 하늘거린다. 밭에서 베트남 쌀국수가 익어갈 것 같다.

개업하기로 하고 준비작업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요양 기관번호만 나오면 이제 나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다시 맞을 수 있으리라. 그 기대로 더운 여름날, 현장에서 이것저것 챙기면서도 하루가 뜨겁게 즐겁다. 개인 창업, 해야겠다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말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제발 조금만, 몇 달 만이라도 참았다가 추이를 보면서 천천히 준비가 완벽하게 되면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노인 인구는 많고 결혼연령도 늦어지고 출산율도 줄어서 아이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었다. 어렵다고 하는 개원가에 코로나라는 역병까지 덮쳤으니 마스크 쓰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세상이 돼버린 지 오래되니 그동안 힘들었다는 말을 이루다 할 수 없다면서 병원 문을 닫을까 말까 날마다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된 지도 일 년 하고도 반이 더 지났고 그 녀석은 정말 끈질겨서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덜하고 더함은 있어도 코로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지 않은가. 아무리 방역을 잘한다고 여러 가지 묘안들이 여러 번 발표돼 시행돼도 어느 것 하나 딱 맞아 들어간 것이 없지 않았는가. 뭐니 뭐니 해도 모든 일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 제일이지 않으랴. 개개인의 의식 속 방역에 대한 자세 말이다. 스스로 조심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마스크 쓰기 잘하고 손을 잘 씻어서 절대로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은가. 하루 이틀 아니 몇 날 몇 달 사이에 딱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양태로 봐서는 독감처럼 자꾸 변이가 생겨서 우리 주변을 맴돌 것 같은 맹랑한 녀석이다. 그러니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해 스스로 방역의 최전선이 돼 함께 살아야 하지 않으랴. 우리 삶도 그러하지 않은가. 하루를 살아도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스스로 되돌아보았을 때 의미 있게 보낸 날들이었다고 여길 수 있도록,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에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주변의 사람들과 더불어 열심히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실업 급여 신청하라는 편지 내용이었다. “창업할 것인데” 혼잣말로 마음을 다지며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본다. 병원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동안 소식이 궁금해 연락했다면서 찾아온 지인들은 용기를 제일 먼저 꺼내 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들의 격려에 힘을 얻어서라도 어떤 어려움이 있든 나의 자리에서 꼭 소임을 다하리라.

언젠가 막내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커다란 접는 부채가 눈에 띈다. 뜨거운 태양을 가리기에 더없이 좋아 보여 펼쳤더니 멋진 필체의 붓글씨가 부채를 장식하고 있다. “길을 잃으면 다시 찾으면 될 것이고, 길을 몰라 헤매면 아는 이에게 물어서 가면 될 것이니.”

공부를 하고 늦게 들어온 아들에게 부채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가 응수한다. 늦은 밤, 돌아오는 길에 배가 너무 고파서 편의점에 들렀다고 한다. 컵라면 하나를 사서 물을 붓고 기다리는데 뚜껑에 적힌 글자가 눈에 띄었다. ‘너만 맛있으면 돼’ 날은 덥고 걷다 보니 몸은 땀에 젖어 피로에 지쳐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위로가 되더라나. 그 문구를 계속 보면서 라면을 입에 넣으면서 자꾸 힘을 내게 됐다고. 그 라면은 아마 아이의 인생 위로 라면이 될 것 같다. 아니 뚜껑이 위로가 된 것이겠지. 다른 생각 말고, 너만 행복하면 된다고. 지금 중요한 건 너 자신이라고 말해주는 라면 뚜껑처럼,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마케팅의 승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는지.

우리 아이는 힘들면 그 라면 뚜껑과 대화한다. ‘내일 일을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할 것이라.’

코로나 시대에 어렵다는 창업하면서 소망한다. 모두 긍정의 마음으로 좋은 말만 하면서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진정 즐겁고 행복할 수 있기를, 언제나 어디서나 감사할 수 있기를.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많이 본 대구뉴스

많이 본 경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