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학이사, 2020)
끝이 보일 것 같던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 베타, 람다 등 코로나 변이바이러스가 유행을 선도하는 듯하다. 이른바 4차 대유행이란다. 추운 겨울은 독감 예방 차원에서 그러려니 하고 마스크를 끼고 지내왔다. 또 참을만했다. 한 해가 훌쩍 지나고 다시 무더운 여름이 왔건만 아직도 오락가락이다. 구멍 뚫린 방역에 큰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텁텁하고 뜨거운 날숨을 재활용하며 긴 여름을 날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히고 정신마저 몽롱하다.
최근 느슨하게 풀리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대구시민이 집안에 갇혀 답답해 할 때, ‘심리적 거리 좁히기와 희망의 연대’의 일환으로 대구의 시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합쳐 펴낸 시집,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를 다시 펼쳐든다. 셰익스피어의 “눈이 녹으면 그 흰 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에서 차용했다는 제호만으로도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듯하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고, 새벽이 오면 동이 튼다. 아침 햇살이 세상을 비추면 어둠을 밝히던 불빛은 아름다운 추억 속으로 사라질 터이지만.
팔공산과 금호강 그리고 흰구름이 새삼스럽다. 바쁜 일상에 쫓긴 탓에 푸른 하늘과 흰구름을 잊고 살았다. 꿈과 희망은 각박한 현실에 치여 움츠러들었다. 한 조각의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역병이 몸을 집안에 가뒀지만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성찰하고 돌아볼 시간을 준 셈이다. 한때 순수했던 마음은 깨진 거울처럼 참담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여유도 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마음의 병이 더 무서운지 모른다. 소중한 걸 잊고 사는 인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준 게 아닐까.
‘하루에 한 번씩은 흰구름의 시간이 흐르게 하고, 하루에 한 번 씩은 환한 등불을 내다 걸어야 한다.’
오철환(문인)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