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장 장성애
▲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장 장성애
얼마 전부터 은행마다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록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정부 특별지원자로 선정이 됐다고 1천만 원에서 2억 원까지 빌려준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려니 했지만, 은행마다 반복적으로 오는 문자와 기한이 다 돼가니 빨리 신청하라는 재촉 문자들을 보는 순간 온 국민이 빚쟁이가 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물론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고 그와 더불어 가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상황이라면 저금리의 대출소식이 분명 반갑기도 하겠거니와 반면 빌리고 난 다음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갚을 길은 더더욱 막막하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 격인 ‘하석상대’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8일 한국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 현황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며 걱정을 증명해 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 경제의 가계부채 규모는 1천936조 원이며,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전년 대비 9.5% 증가로 주요국 미국 3.4%, 일본 3.9%, 독일 4.4%, 영국 2.4%, 프랑스 4.6%, 네덜란드 1.7% 등에 비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3월 말 자영업자 245만6천명이 받아 간 대출 규모는 831조8천억 원으로 2012년 이후 최대치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동시에 경기가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전 국민 외출 자제령을 내리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경제위기 딜레마를 국민인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가장 아이러니한 상황은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그 흔한 감기환자가 사라져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는 상황이다. 해마다 감기로 고통 받던 어린이 환자들이 급감한 상황을 반가워해야 하고 앞으로도 마스크라는 감염병을 예방하는 간단하고도 획기적인 방법의 발견에 대해 찬사를 보내야 한다. 그런데 환자가 없어서 폐업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해야 하고 해결책을 요구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물론 위급한 환자들이 가까운 병원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해결책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동의한다.

여하튼 코로나바이러스 종식과 경기회복은 한꺼번에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두 가지 다 우리에게는 중대사이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우선인가를 신중히 검토해보자. 당연히 코로나바이러스 종식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오히려 간단하다. 작년 2~3월처럼 잠시 멈춤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많이 쓰고,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을 다시 한번 멈춰보자. 너무나 힘들겠지만 쓰는 것을 멈추면 지구는 자체회복을 시도할 것이고, 더불어 우리도 삶과 태도를 에덴의 동산으로 회귀하는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운동을 시도해야 한다.

백신을 만들면 변이종이 생겨서 백신을 무력화 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마치 두뇌를 가진 생명체 같다. 인간이 무엇을 만들어서 대응할지를 알고 움직이는 지능을 가진 바이러스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이다. 숙주가 행동을 멈추면 자연히 그 안에서 소멸하게 프로그램 된 존재이다. 그러므로 변종으로 백신조차 비웃는 바이러스의 최대 대책은 국가가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과소비, 과 행동을 멈추고 최소한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기에 마스크는 필수이다. 어떤 감염병에도 마스크와 손 씻기는 가장 큰 백신이라는 것이 감기바이러스의 소멸로 입증이 되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과소비, 과 행동을 멈추는 특별한 방법으로 채식이 있다. 완벽한 채식은 지구의 온난화를 막아 지금의 이상기후를 해결하기도 하고, 인간의 욕심을 완전하게 줄일 수 있으므로 바이러스 번식을 막는 중요한 대안이다. 그리고 점점 확대되고 있는 플라스틱 줄이기 등 제로웨이스트 운동도 해결책 중의 하나다. 가장 소박하게, 최소한의 것으로 원래의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바이러스를 종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경기회복으로 활성화되기보다는 좀 어렵고 경제적인 면에서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국가가 보증해주는 자영업자 대출과 가계대출 그리고 재난지원금은 소비를 증가시키고자 하는 대책이다. 소비를 증가시키는 대책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종식을 점점 더 멀리하게 된다. 대출이나 정부지원금으로 국가나 국민 개개인의 빚을 늘리기보다는 차라리 세금이나 이자를 감면해주는 등, 가만히 있어도 버틸 수 있는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대책이 더 시급하다. 지난해 전 국민이 선진의식을 가지고 참고 견디어 내는, 전 세계가 놀랄만한 행동을 보여줬을 때, 이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실시했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종식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K-방역의 모범이 됐을 것이다. 다시 한번 그 기회를 만들자. 우리는 대한민국이니까.

장성애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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